부실판정작업이 본격화됐지만 현재의 금융시스템에서 적지않은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시간적으로 쫓기는 데다 자체 구조조정이 임박한 은행마다 입장이 달라 향후 큰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 추가 자금지원이나 손실부담을 피하려는 은행권의 몸사리기 우려도 높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부실기업의 옥석을 가리기 보다는 오히려 옥석을 모두 모래 속에 묻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일부 기업 처리를 놓고 주채권은행과 다른 은행간에 입장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퇴출돼도 추가 손실이 적은 은행은 이참에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부담이 큰 은행일수록 기업의 회생가능성이 높다고 역설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은행간 입장차이를 조율하기 위해 ''신용위험평가협의회''를 구성토록 했다.

그러나 끝까지 자율 조정이 안될 경우 퇴출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등도 채권단간 이해상충으로 한 두달 이상 걸려온 것이 보통이다.

정부당국의 장담대로 신속한 부실기업 정리는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이 경우 시장에는 불안감이 증폭돼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지동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제는 퇴출기업이 아니라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기업을 어떻게 채권은행이 지원할 것인가에 있다"며 "채권단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해당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계에서는 금감원이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은행이 제시한 부실기업 판정대상 명단을 일일이 검토하고 부실판정에서 제외된 기업에서 향후 부실이 발생할 경우 주채권은행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회생가능한 기업으로 분류된 곳에 대해서는 주채권은행이 책임지고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권 협조체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