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한 마리가 아침 식사를 하러 나왔다.

눈을 비비면서 뭔가 먹을 것을 찾았다.

그때 마침 커다란 뱀 한 마리가 풀숲 사이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공룡은 그 뱀의 꼬리를 콱 물어뜯었다.

그러자 한참 뒤 자기의 꼬리부분이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공룡은 자기의 꼬리를 뱀으로 착각하고 물어뜯었던 것이다.

이는 요즘 "빅 비즈니스"의 한계를 가장 잘 설명한 일화이다.

대기업들은 몸집이 커질 때로 커져 스스로 자기 꼬리를 뜯어먹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빅 비즈니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스몰 비즈니스"보다 경쟁력이 높았다.

대규모의 자금을 동원, 거대한 플랜트를 짓고 대량생산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공룡 전략"은 맥을 추지 못하게 됐다.

몸이 무거워 스피드를 요구하는 정보화시대엔 살아남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달라진 것도 스몰 비즈니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량생산보다는 소량다품종 생산이 유리해진 것이다.

더욱이 중소기업들이 벤처기업화하면서 이들의 경쟁력은 단숨에 대기업의 경쟁력을 뛰어넘었다.

"Small is Powerful"이 된 것이다.

중소기업청과 한국은행이 분석한 한국기업의 경영성과를 보면 이런 내용은 확실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을 보면 대기업이 6.6%인데 비해 중소기업은 10.8%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장사를 더 잘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벤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36.8%로 대기업에 비해 5배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경상이익률도 이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앞질렀다.

요즘 코스닥이 가라앉으면서 "벤처 회의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벤처를 해서 큰 돈 벌긴 글렀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벤처 회의론은 벤처의 개념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벤처엔 캐피털 부문과 비즈니스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동안 한국에선 캐피털 부문만 팽창했다.

벤처사업은 아직 싹도 트지 않은 상태인데 투자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캐피털 부문만 과도하게 팽창됐다가 거품처럼 가라앉은 것이다.

벤처 비즈니스는 이제 시작단계다.

이번에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작지만 강한 기업 30"은 미래지향적이고 강한 중소.벤처기업들을 뽑았다.

이들은 전문화를 지향하거나 독특한 컨셉트를 사업화한 기업들이다.

이름 그대로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다.

세계를 지배하던 공룡들은 사라지고 이런 기업들이 최강의 기업으로 차츰 떠오를 것이다.

이치구 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