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사 발령을 받은 베이징(北京)주재 상사원 K차장은 귀국 비행기표 대신 사표를 선택했다.

5년간 중국 각지를 ''맨발''로 뛰며 영업을 해왔던 그는 중국 비즈니스의 귀재로 통하던 인물이었다.

"회사로 돌아가 서먹서먹한 사람들과 경쟁하기도 겁나고, 중국과 관련이 없는 부서로 배치돼서…"라는 게 K차장이 사표를 쓴 이유였다.

그는 "배운 게 대(對)중국장사인데 달리 뭘 하겠느냐"고 푸념했다.

임기를 마치고 중국에 남는 상사원들이 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올들어 10명정도의 기업 상사원들이 귀국발령과 함께 중국사업을 위해 퇴사하는 것을 목격했다.

특히 대기업 상사원들이 벤처기업의 중국지사 자리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부처파견 대사관 직원이 귀국을 포기하고 벤처업체 베이징지사장으로 옮긴 일도 있었다.

얼마전 베이징의 한 벤처기업으로 옮긴 전직 대기업 상사원은 "귀국후 실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은 이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잘만 하면 중국서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부 ''잔류파''는 한·중경제협력의 틈새시장에 파고들어 자리잡기도 한다.

물론 중국에 남는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그들에게 중국은 더 시련을 안겨주기도 한다.

대기업 상사원으로 만날때는 ''하오하오(好好)''를 연발하다가 개인사업가로 만나면 얼굴을 바꾸기도 한다.

대기업퇴사후 잔류,중국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선배들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으로서는 애써 키워왔던 중국 비즈니스 인재를 잃는 게 큰 손실이지만 나가겠다는 직원을 말리기도 어려운 처지다.

본사발령장이 곧 사직서로 연결되는 현실은 지역 전문성을 인정해 주지않는 풍토,장기 해외근무에 따른 승진 불이익 등 회사 인사정책에 1차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비즈니스 경험이 귀국과 함께 물거품이 될까봐 겁난다" 중국에 파견나와 있는 국내 상사원들을 만났을 때 흔히 듣는 말 중 하나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