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미국 기업들의 실적추이에 휘둘리고 있다.

''인텔 쇼크''에 이어 이번엔 ''애플쇼크''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대우차 매각불발에 한보철강의 매각까지 불투명해져 안팎으로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의 컴퓨터업체인 애플사 주가는 올 4.4분기 실적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52%나 폭락했다.

당초 실적추정기관 등이 주당 45센트 정도의 순이익을 예상했으나 애플사가 PC매출 둔화에 따라 주당 30∼33센트의 순이익에 머물 것이라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애플사의 이같은 PC매출 감소는 D램 수요의 둔화로 해석돼 외국인이 2일 삼성전자를 20만주(3백86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바람에 삼성전자 주가는 전주말보다 5.69%나 급락, 다시 20만원선이 붕괴된 19만5백원에 마감됐다.

여기에다 미국의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한보철강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져 국내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외국인의 신뢰도가 더 떨어졌다는 해석도 가세했다.

이날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함께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LG화학 등 국내 증시의 간판주를 팔아치운 것은 이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ABN암로증권의 권지훈 이사는 "최근 기업 해외매각 등 구조조정이 삐걱거리고 있고 추가 공적자금 조성을 위한 국회정상화 여부조차 아직 불분명해 외국인이 실망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은행권 2차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자 외국인이 이날 주택은행 등 관련 은행주를 사들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