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의 한국증시 전문가들은 공적자금 조기 투입 등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한국증시가 쉽게 침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의 메릴린치 프루덴셜 등 유수한 증권사 및 투자은행의 펀드매니저들은 27일 본지 뉴욕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한국 증시위기는 반도체값 하락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가 강력히 추진했던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최근들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김대중 정부가 집권 초기에 강력히 추진했던 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이 최근들어 지지부진해졌다"며 "지난 4월 총선 이후 기업들도 ''주주이익''보다는 ''사주이익''을 우선하는 옛날식 경영으로 돌아가고 있고 정부도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적자금이 조기 투입되지 않고 구조조정이 정권 초처럼 힘있게 추진되지 못하면 월스트리트의 자금이 한국증시로 추가 유입되기는 기대하기 힘들며 기존에 투자됐던 자금들도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빠져 나가려는 기회만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