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은 해마다 3백만 달러의 봉급과 3천만달러의 스톡옵션을 가져간다.

미국 신경제의 원동력은 바로 이 경영자 보상시스템이다.

" 미국 왓슨와이어트 사의 중역이 쓴 "최고경영자의 몸값은 얼마인가"(아이어러 T.케이 지음,한국왓슨와이어트 옮김,무한,1만2천9백원)를 읽다보면 우리나라 CEO들의 보상 시스템은 보잘 것 없어 보인다.

물론 비정상적인 방법의 "딴 주머니"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 책은 미국 최고경영자들이 얼마나 높은 몸값을 받는지,그 액수가 적정한 것인지를 분석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부터 보자.

금융회사 그린 트리의 로런스 코스 회장은 1995년에 6천5백60만 달러(한화 약 7백31억)의 봉급을 받았다.

이 금액은 그해 그린 트리가 올린 순이익 2억5천4백만 달러의 4분의 1을 넘는 것이다.

스콧 제지사의 앨버트 던랩은 2년 동안 1억 달러를 받았다.

1990년대 들어 미국 최고경영자에 대한 보상은 스톡옵션을 포함해 매년 12~15% 성장했다.

이는 물가상승률이나 근로자의 평균 임금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미국에서 경영진의 주요 평가지표로 활용되는 것은 기업의 주가다.

몸값을 높게 받는 경영자들은 그만큼 기업의 주가를 높이고 자산가치를 불려줬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보상은 비난의 동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이 최고경영자를 보는 시선은 대단히 차갑다.

뉴스위크는 CEO를 "기업 살인마"라고 표현하고 뉴욕타임스가 구조조정으로 쫓겨난 노동자들을 7회에 걸쳐 특집으로 다뤘다.

비난의 요지는 "경영자들의 보수가 너무 많다""소득 불균형이 심화된다""증시가 활황이면 경영자 보수도 늘지만 증시가 추락했다고 해서 줄어들지는 않는다" 등이다.

정말 CEO들의 몸값은 터무니없이 높은 것일까.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앞에 예를 든 그린 트리의 경우 회사의 시장가치가 5년간 10배 가까이 커졌고 주당순이익은 연간 44%씩 늘어났다.

코스 회장은 회사의 성과를 높인만큼 보상을 받은 셈이다.

저자는 CEO에게 평균보다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7% 포인트 이상의 총주주 수익률을 올렸다는 통계자료를 제시한다.

그리고 주식을 이용한 경영자 보상제도가 미국경제를 성장가도로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CEO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대량 해고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70년대 이래 줄어든 부분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일자리가 늘어났으며,해고에 따른 책임과 오명의 부담감을 안고 있는 CEO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보상이 성과를 유발한다"면서 기업인과 연예.방송스타들의 연봉을 비교한다.

1995년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벌어들인 수입은 랭킹 4위까지의 CEO 소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은 89초 만에 2천5백만 달러를 벌었다.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이 CEO들처럼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느냐"는 것이다.

그는 "1995년 미국 주식시장에서 창출된 1조 달러의 가치 가운데 "포천"이 선정한 5백대 기업의 CEO들이 단지 0.1%(10억 달러)만을 가져갔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처럼 보상시스템이 확립돼 있지도 않고 수입내역마저 불투명한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경우는 어떨지,워크아웃 상태에서도 비리에 연루돼 조사를 받는 부실기업주들의 몸값은 얼마인지 새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