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소비에트 사회는 무엇인가"

"암병동이다"

"말기 환자들이 가득한 암울한 곳이란 뜻인가"

"과학의 이름으로 온갖 비인간적인 행위가 남발되는 공간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1967년 작 ''암병동''은 죽음을 앞둔 암환자의 내면을 다룬 심리드라마가 아니다.

암병동은 20세기 문명의 반휴머니즘적 성격을 요약하고 있는 하나의 상징.

작가는 암병동을 거대한 수용소에 비유한다.

''포도당이 나에게 필요하다면 입으로 먹게 해주면 되지 않습니까.
무엇이든 주사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20세기의 대발명입니까.
도대체 (의사)선생들은 무슨 권리로 남을 대신하여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까''

스탈린 시대 정치범으로 수용소에 갇혀있던 주인공의 항변은 사회주의의 주입식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작가는 1955년 우즈베키스탄의 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통해 계획과 통제만 있고 인간은 없는 사회의 문제를 낱낱이 고발한다.

''옛 로마인은 증인이 하나뿐이면 없는 것과 같다고 했지.현대엔 하나도 너무 많아.증인이 따로 필요없기 때문이지''

실제로 솔제니친은 2차대전 중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스탈린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재판없이 8년형을 받았다.

강제수용소에서 석공으로 일하던 솔제니친은 카자흐스탄 벽촌으로 추방된다.

12년 만에 러시아로 돌아온 그는 흐루시초프의 허가를 받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출판한다.

그러나 암병동으로 1969년 소비에트 작가동맹에서 추방된다.

암병동이 발표되자 작가동맹은 본질적으로 사상개조가 필요한 작품이라고 했다.

출판사는 이미 조판을 끝낸 원고의 인쇄를 취소했다.

그러나 소련내 문인들은 원고를 복사해서 읽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