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기아가 합병되면서 양사의 플랫폼 24개를 7개로 줄여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첫 산물인 기아 옵티마가 등장했다.

옵티마는 현대의 EF 쏘나타,그랜저 XG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RV인 싼타페,트라제 XG까지 합치면 현대의 중형 섀시를 공유하는 모델이 모두 5종류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옵티마는 EF 쏘나타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플랫폼을 공유한다고 해서 같은 차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기본적인 부분에서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여러 곳에서 작은 차이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둥글둥글하고 여성적인 EF 쏘나타에 비해 옵티마는 훨씬 남성적이고 보수적인 느낌이다.

특히 선과 각을 살린 앞부분과 뒷부분은 중형차에 알맞는 고급스러움을 제대로 살려냈다.

실내는 EF 쏘나타에 그랜저 XG의 옷을 입힌 듯한 느낌이다.

특히 가죽과 우드를 함께 사용한 스티어링 휠은 실내의 분위기를 한결 단정하게 연출하는 소품이다.

내장재의 색상도 한결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엿보인다.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도어 내장재와 시트의 색상이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실내의 처리만큼이나 엔진룸과 트렁크의 처리도 깔끔하다.

각을 살린 외부 디자인과 어울리는 엔진커버는 소음감소의 기능도 갖고 있다.

트렁크 내부도 내장재를 덧붙여 깔끔하게 처리되어있고 스펙트라에서 볼 수 있었던 비상탈출레버도 달려있다.

그러나 트렁크에는 장착된 개스리프트가 훨씬 더 무거운 보네트에는 장착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깔끔한 처리도 아쉬운 부분이다.

시승차는 최고급 사양인 V6 2.5 모델이었다.

그랜저 XG에도 얹히는 V6 델타엔진은 낮은 진동과 소음이 장점이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조용하다가 회전수를 높이면 힘이 느껴지는 고유의 엔진음은 이제 슬슬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1백76마력의 힘은 차의 느낌을 바꾸어놓는 알맞는 출력이다.

2.0리터 엔진에서 느껴왔던 약간의 허전함들은 V6 2.5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여유있는 힘이 만들어내는 안락함이야 말로 진정한 세단을 모는 즐거움이자 타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변속기는 4단 자동에 수동식 조작기능이 있는 스텝트로닉스 트랜스미션이다.

BMW의 스텝트로닉과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변속기는 그랜저 XG에 얹힌 H-MATIC 변속기를 개량한 것이다.

국산차들에 탑재된 비슷한 기능의 다른 변속기들에 비해 변속속도가 비교적 빠르고 변속충격이 거의 없는 것이 매력적이다.

핸들의 움직임은 가볍고 여유있다.

속도감응식 파워스티어링이 장착되어있어 고속으로 갈수록 핸들은 묵직해지지만 실제 많이 주행하는 속도에서는 여전히 필요이상으로 가벼운 움직임을 보인다.

차체는 넉넉한 엔진힘이 뒷받침되어 원하는 만큼 잘 움직여준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원래 승차감 위주로 셋팅된 서스펜션이기 때문에 스포츠 모드로 놓아도 승차감이 많이 나빠지지 않는 상태에서 차체의 컨트롤이 한결 자연스러워진다.

한국시장 고객의 취향에 맞는 적절히 보수적인 스타일링에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패키징을 갖춘 옵티마에서 베스트 셀링카의 느낌이 진하게 느껴졌다.

유청희 < 자동차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