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유럽 자동차시장의 독특한 특징은 전체승용차에서 디젤승용차가 차지하는비중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서유럽 17개국에서 팔린 4백여만대의 승용차중 디젤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8%나 됐다.

이는 디젤엔진이 환경 친화적인데다 유지비가 싸 소비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있기 때문이다.

디젤자동차는 지난 80년대 한때 디젤엔진의 분진이 발암물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유럽각국 정부들이 디젤승용차에 대해 신규 세금을 매기면서 된서리를 맞기도 했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소음과 진동이 심한 디젤엔진의 단점을 해소하고 연비를 높이려는 노력을 경주,디젤승용차의 경제성을 부각시킴으로써 10여년째 판매량을 늘리고있다.

현재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디젤유의 가격을 휘발유의 70~8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첨단 디젤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휘발유에 비해 무려 35%가량 연비가 우수하다.

따라서 유지비용은 휘발유차의 50%수준에 불과하다.

전통적으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서유럽인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기후변화협약의 등장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확산된 점도 디젤차 수요 증가 요인이다.

서유럽 국가중 디젤승용차가 가장 보편화된 곳은 프랑스로서 98년기준 전체 승용차시장에서 디젤승용차가 41.2%의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프랑스정부는 70년대 석유파동으로 인한 고유가상황에서도 자국의 디젤유 가격상승을 억제함으로써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자국 메이커들이 디젤승용차 부문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프랑스는 디젤승용차 수출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로 자리잡았다.

서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규모의 시장을 갖고 있는 독일은 프랑스와 달리 디젤승용차의 내수 비중이 17.6%(98년기준)에 그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휘발유엔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벤츠를 중심으로 한 메이커들이 환경보호 측면에서 더욱 개선된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있어 디젤승용차의 판매가 전체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세계 자동차업체들의 주된 관심은 비용삭감을 위한 플랫폼 통합,모듈화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환경친화형 자동차개발에 모아지고 있다.

환경차야말로 21세기 생존을 위한 주요 경쟁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동급 비교시 연비,단위당 이산화탄소(CO2)배출량 등 경제성과 환경친화적 요소를 갖춘 디젤자동차가 향후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금까지 디젤엔진이 주로 중형승용차에 탑재돼온 것과는 달리 소형에서 대형고급 승용차에도 확대되는 등 디젤승용차의 범위가 전차급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실은 이같은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