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그러든 젖가슴을 만져보고서야 어머니를 만났음을 실감했습니다"

17일 오전 11시께 평양시내 보통강호텔에서 비공개로 어머니 김봉숙(89)씨를 만난 고 장기려 박사(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한국의 슈바이처)의 아들 장가용(65.서울의대 교수)씨는 이렇게 말했다.

장씨는 이날 누이동생 신용(60) 성용(58)씨, 남동생 인용(55)씨도 함께 만났다.

그러나 50년만에 만난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장씨는 "말씀없이 그저 울기만 하셨다"면서 "그 마음속을 어찌 자식이 헤아리지 못하겠는가"라고 했다.

말수가 적은 대신 사려깊고 다정했던 옛모습 그대로였다.

지난 50년간 하룻밤도 잊어본 적이 없었던 어머니.

장씨는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예전의 응석받이로 되돌아갔다.

그런 아들의 손을 잡고 어머니는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주름잡힌 초로의 장씨 얼굴에서 반세기의 잃어버린 세월을 찾으려는 것일까.

장씨는 옛일을 떠올리며 어머니에게 "기억나세요"라고 물었고, 어머니는 "기억난다"고 답했다.

이렇게 잃어버린 세월을 더듬는 동안 어머니와의 3시간은 찰나같이 지나가 버렸다.

장씨는 "어머니와 헤어진 뒤 비로소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