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출신의 할리우드 명감독 이안이 액션 두편으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중국 청나라를 무대로 한 영웅호걸 이야기인 "와호장룡"과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라이드 위드 데블"이다.

"결혼 피로연""음식남녀"같은 잇단 화제작에서 가족내 세대간,동서양간,가치관간 갈등을 특유의 유머감각과 감성으로 묘파했던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다.

장르는 바뀌었어도 "다양한 인간군상이나 사회적 억압속에서 여러가지 모습으로 표출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조명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철학이 그대로 살아있는 수작들이다.

<>와호장룡(19일개봉)

천하보검을 둘러싼 강호고수들의 사랑과 대결을 그렸다.

압축되는 스토리 라인은 보통 무협물과 다를바 없지만 영화는 정통무협에 서사와 로맨스를 결합시킨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나간다.

"와호장룡"이란 "영웅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는 뜻을 지닌 중국 속담.칼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도구일 뿐이다.

중심엔 강호 최고의 고수 리무바이(주윤발),여전사 수련(양자경)의 억제된 사랑과 강호를 동경하는 소녀 용(장지이),광야를 호령하는 도적 호의 거침없는 사랑이 대비된다.

어린시절 무협지를 읽으며 상상력을 키웠다는 감독은 대사와 영상과 음악을 총동원해 "진정 강한 것은 부드러움"이라는 주제를 펼친다.

살아숨쉬는 인물들이 큰 매력.화면은 역동적이고 화려한 움직임대신 정적인 아름다움에 촛점을 맞춘다.

개인의 성격별로 달라지는 무술은 발레처럼 유연하고 품위있다.

칼과 창이 부딪히는 굉음도 우아한 공명을 남기며 사라진다.

거친 산맥,광활한 사막,빙하로 내달리는 웅장한 배경을 요요마의 첼로연주가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시끄럽고 극적인 무협물을 선호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다.

보고난 후 울림이 더 큰 영화.

<>라이드 위드 데블(Ride With The Devil.26일개봉)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했지만 전쟁의 참상이나 영웅담이 아닌 참혹한 상황에 던져진 인간들의 관계를 밀도있게 파고든다.

독일계 이민 제이크(토비 맥과이어)와 단짝친구 잭(스킷 울리히)는 복수를 위해 남부 게릴라군에 들어간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대원들은 점차 피폐해지고 집단광기에 휩싸인다.

격렬한 액션씬과 로렌스 학살장면같은 스케일 큰 외형이 눈길을 사로잡는 가운데서도 막다른 골목에서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보인다.

전쟁중에서도 꽃피는 사랑은 잔잔하면서도 아름답다.

"이방인"이자 "마이너"인 제이크의 공정하고 편견없는 시선은 사려깊고 흑인 홀트의 내적 성숙과 어울려 미국사회에서 비주류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드러낸다.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멜 깁슨 주연의 "패트리어트"와 겹치지만 노예제도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은 견줄바가 아니다.

스캇 울리히 토비 맥과이어같은 젊은 연기자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주제곡을 직접 만들고 부르고 연기까지 해낸 가수 주얼은 첫 영화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