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주식시장에서는 현대 계열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전날 현대그룹이 채권단과 자구안에 합의한데 이어 이날 오전 시중은행장 회의에서 현대에 대한 유동성지원 방침이 확정된데 따른 것이었다.

또 은행장회의를 통해 현대차의 계열분리 문제 등이 한결 명확해 진 점도 시장 분위기를 호전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

은행장들이 신용평가기관들에 현대계열사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요청한 점도 현대의 전망을 밝게 해줬다.

그러나 이같은 은행장들의 합의 사항중 신용등급 상향조정문제는 해당 신용평가기관들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조기에 실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지분은 3자매각=채권단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지분을 채권단이 공동 인수한 뒤 증시납회일을 1주일 앞둔 오는 12월22일까지 제3자에게 되팔기로 했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시장에서 처분하는 것은 물량부담이 있기 때문에 현대차와 함께 매각대상자를 물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차 지분은 정몽헌 회장 계열 회사에는 팔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채권단은 현대차 지분을 팔 때 매각금액이 매입금액보다 많을 경우 차액을 현대측에 돌려주고 반대로 적을 때는 현대측으로부터 차액을 보전받기로 했다.

현대가 차액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채권단은 정 전명예회장이 지분매각대금으로 사는 현대건설 회사채를 담보로 잡기로 했다.

또 지분매입금액에 대해서는 보유기간동안 프라임레이트(연9.75%)에 1.0%를 더한 금리를 현대측에서 받기로 했다.

◆현대건설에 최대한 지원=은행들은 현대건설의 자구노력을 최대한 지원키로 했다.

우선 9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CP와 회사채는 모두 만기연장키로 재차 합의했다.

이는 그동안 채권단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만기연장에 소극적이었던 일부 금융기관들에 대해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즉,현대건설이 자구노력을 이행하려면 채권단이 먼저 유동성 압박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현대건설은 이달 중 4천2백62억원,9월 중 3천4백90억원 가량의 여신이 만기가 된다.

10월 이후 연말까지는 월별로 2천억~3천억원의 채권이 만기도래한다.

김 행장은 "9월까지만 도와주면 10월 이후에는 현대건설이 자력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계열사 신용등급 상향조정=채권단은 또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기관에 현대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건의키로 했다.

금융회사가 현대건설의 채권만기연장을 하는 데 걸림돌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지난달 24일 한국기업평가의 8개 현대계열사 회사채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부채질했다는 일부의 주장을 의식했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책정은 고유업무 영역으로 자체 검토에 따라야 할 문제라며 은행들의 요청이 있다고 해도 이른 시일내에 현대 계열사 신용등급을 재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한기평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 등 3대 국내신용평가회사들은 현대 계열사들에 BB+∼BBB+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

A등급 계열사는 한 군데도 없고 현대건설과 현대석유화학 고려산업개발 등은 투기등급인 BB+를 받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13일 발표한 자구계획이 등급의 조정요인이 될 수 있지만 실현가능성과 이행실적,시장의 반응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문제는 현대건설의 유동성문제 외에도 그룹 전체의 신인도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배구조와 계열분리 등 그룹 전체의 향방에 따른 시장신뢰의 회복이 등급 재조정을 가름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김준현.박민하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