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34) 제1부 : 1997년 가을 <12> 음모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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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잠시 후 진성호가 유리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창가에 서 있던 이미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피아노 위에 있던 촛불도 꺼져 있었다.
그는 가슴이 내려앉는 절망을 맛보았다.
그때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Don''t cry for me,Argentina''곡이 조용히 클럽 안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진성호는 피아노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미지가 나체인 상태로 의자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
진성호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녀 뒤로 다가가 상체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몸이 몹시 차가웠다.
진성호는 무대 아래로 얼른 내려와 탁자보를 서너 개 잡아챘다.
무대 위로 다시 올라가 뒤에서 탁자보로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녀가 일어서면서 뒤돌아 진성호를 껴안았다.
"그래요,그래요,우리 아이를 가져요"
이미지가 말했다.
"왜 눈물을 흘리지?"
진성호가 그녀의 등을 다독거려주며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눈물을 흘릴 줄 모르는 아이를 가져요"
이미지가 진성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내 아이를 갖지 않아도 미지와 미지 가족이 돈 걱정은 하지 않게 해줄게"
"아니에요.아니에요.아이를 갖고 싶어요.우리 아이를 꼭 갖고 싶어요"
이미지가 진성호의 가슴을 파고들며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돈의 파괴력이 무엇인지도 알고 싶어요"
진성호는 이미지의 마지막 말이 더없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여자에게선 거의 찾기 불가능한 솔직함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어쩌면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보다 자신의 부를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또다른 불안감을 느꼈다.
한쌍의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되면 똑같이 사랑하는 경우는 불가능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당연히 더 사랑하는 쪽이 더 깊은 고통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진성호는 알고 있었고,그렇게 되면 더 사랑하는 쪽이 덜 사랑하는 쪽의 소유물이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를 절대로 소유할 생각은 하지 마"
진성호가 품에 안긴 이미지에게 말했다.
이미지는 진성호의 품안에서 침묵했다.
"대신 부를 소유하게 해주지.미지가 부를 가지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가난에서 해방되는 거예요.누군가 말했어요.가난은 영혼을 좀먹는 암과 같다고요"
이미지가 그의 품속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진성호가 탁자보 위로 이미지의 등을 다독거려주었다.
진성호는 흰 탁자보로 싼 이미지의 나체를 두 팔로 안았다.
이미지가 눈을 감은 채 그의 목을 껴안았다.
그는 무대를 내려와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을 어깨로 밀고 베란다로 나갔다.
그는 베란다에서 마치 이미지의 나체를 신에게 제물로 바치듯이 두 팔을 뻗고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진성호는 하늘을 향하여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이 여인에게 총명하고 튼튼한 아이를 잉태하게 하소서! 그 아이의 아이에게까지 남겨줄 부를 쌓기 위해 내 전 인생을 바치겠습니다''
그는 이미지를 베란다 바닥에 내려놓았다.
달빛이 흰 식탁보에 싸인 이미지의 나신 일부를 드러내주었다.
잠시 후 진성호가 유리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창가에 서 있던 이미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피아노 위에 있던 촛불도 꺼져 있었다.
그는 가슴이 내려앉는 절망을 맛보았다.
그때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Don''t cry for me,Argentina''곡이 조용히 클럽 안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진성호는 피아노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미지가 나체인 상태로 의자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
진성호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녀 뒤로 다가가 상체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몸이 몹시 차가웠다.
진성호는 무대 아래로 얼른 내려와 탁자보를 서너 개 잡아챘다.
무대 위로 다시 올라가 뒤에서 탁자보로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녀가 일어서면서 뒤돌아 진성호를 껴안았다.
"그래요,그래요,우리 아이를 가져요"
이미지가 말했다.
"왜 눈물을 흘리지?"
진성호가 그녀의 등을 다독거려주며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눈물을 흘릴 줄 모르는 아이를 가져요"
이미지가 진성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내 아이를 갖지 않아도 미지와 미지 가족이 돈 걱정은 하지 않게 해줄게"
"아니에요.아니에요.아이를 갖고 싶어요.우리 아이를 꼭 갖고 싶어요"
이미지가 진성호의 가슴을 파고들며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돈의 파괴력이 무엇인지도 알고 싶어요"
진성호는 이미지의 마지막 말이 더없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여자에게선 거의 찾기 불가능한 솔직함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어쩌면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보다 자신의 부를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또다른 불안감을 느꼈다.
한쌍의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되면 똑같이 사랑하는 경우는 불가능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당연히 더 사랑하는 쪽이 더 깊은 고통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진성호는 알고 있었고,그렇게 되면 더 사랑하는 쪽이 덜 사랑하는 쪽의 소유물이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를 절대로 소유할 생각은 하지 마"
진성호가 품에 안긴 이미지에게 말했다.
이미지는 진성호의 품안에서 침묵했다.
"대신 부를 소유하게 해주지.미지가 부를 가지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가난에서 해방되는 거예요.누군가 말했어요.가난은 영혼을 좀먹는 암과 같다고요"
이미지가 그의 품속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진성호가 탁자보 위로 이미지의 등을 다독거려주었다.
진성호는 흰 탁자보로 싼 이미지의 나체를 두 팔로 안았다.
이미지가 눈을 감은 채 그의 목을 껴안았다.
그는 무대를 내려와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을 어깨로 밀고 베란다로 나갔다.
그는 베란다에서 마치 이미지의 나체를 신에게 제물로 바치듯이 두 팔을 뻗고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진성호는 하늘을 향하여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이 여인에게 총명하고 튼튼한 아이를 잉태하게 하소서! 그 아이의 아이에게까지 남겨줄 부를 쌓기 위해 내 전 인생을 바치겠습니다''
그는 이미지를 베란다 바닥에 내려놓았다.
달빛이 흰 식탁보에 싸인 이미지의 나신 일부를 드러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