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나온 ''하프타임''(밥 버포드 지음,김성웅 옮김,낮은울타리,6천원)을 읽으면서 몇번이고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정겨운 활자들이 책갈피 속에서 걸어나와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도란도란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피터 드러커가 저서 ''21세기 지식경영''에서 자신의 인생 후반부를 준비하는 최고 지침서로 추천해 화제를 모았던 책이지요.

스티븐 코비도 우리 눈을 ''성공 추구''에서 ''가치 찾기''로 돌리게 해줬다고 경탄했더군요.

저자는 리더십 네트워크의 창립자이자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블TV회사 사장입니다.

그는 40대 초반에 이르러 성공의 공포를 겪으면서 비로소 인생을 꼼꼼히 돌아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느날 ''단순히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생산적인 삶이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내면의 ''미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군요.

그는 자신의 삶을 축구처럼 전후반으로 나뉘는 경기에 비유합니다.

35세까지가 전반전이었고 하프타임을 지나 지금은 후반전에서 큰 게임을 치르고 있다면서 인생의 후반전이야말로 진정한 부흥기라고 말합니다.

굳이 덧붙이지 않더라도 게임의 승패는 후반전에서 판가름나지요.

스물한꼭지의 글에는 각각 성경 한구절씩이 들어있고 그곳에서 상징과 비유의 샘물이 풍요롭게 솟아납니다.

물론 기독교인만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그는 열한살에 아버지의 죽음을 맞고 가장이 되어야 했던 소년이었으며 성공 뒤에는 외아들을 잃고 절망의 나락에 떨어졌던 사람이지요.

그런 인간적인 발자취가 종교적인 신념보다 더 큰 공감대를 만들어줍니다.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도 끝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지요.

목표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한다면 전반전에서 이룬 업적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는 시야를 넓혀 ''성공한 중년층이 많을수록 나라가 제 기능을 발휘하고 공동체의 가치관도 굳건해질 수 있다''는 것까지 일깨워줍니다.

그가 얘기하는 ''인생의 후반전''은 피터 드러커 식으로 말하면 ''또 하나의 생애''인 셈이지요.

버나드 쇼도 ''참 기쁨의 맛''을 발견하는 시기가 중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이 책은 이제 막 40 고개를 넘는 사람에게 ''중반전까지 쉼없이 달려와 남은 경기를 위해 숨을 가다듬는 순간 받아든 한 컵의 냉수''와도 같습니다.

갓 게임을 시작했거나 신나게 전반전을 펼치고 있는 20∼30대에게는 남의 일처럼 들릴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찾기 어려운 곳에 내던져놓지는 마십시요.

전반전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끝나니까요.

책 표지에 실린 노란색 호루라기의 실루엣이 특히 가슴에 와닿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우리에게 마치 작전타임을 알리는 휘슬 소리처럼 선명합니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