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이냐 외국산제품이냐"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시스템 구축 문제를 삼성물산과 다른 기업들간의 논쟁이 뜨겁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오라클 커머스원 등 외국 제품을 사용하는 반면 삼성물산은 국내 벤처 회사 제품을 고집하고 있다.

삼성의 주장은 자칫하면 솔루션시장이 완전히 외국에 예속된다는 것.반면 다른 업체들은 성능이 검증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첩경이 아니냐며 삼성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로인해 일부 e-마켓플레이스의 통합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이 구축중인 B2B사이트는 모두 5개로 대부분 국내업체가 시스템구축을 맡았다.

화학분야 포탈사이트인 켐크로스(Chemcross.com)는 국내 벤처기업인 이네트가 시스템 개발을 맡고있다.

수산물 거래 사이트인 피시라운드(Fishround),섬유원료 거래 사이트인 텍스토피아(Textopia)도 이네트가 인도의 인포시스와 공동으로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건설원자재 거래를 위한 매트플라자(Matplaza)의 경우 삼성물산은 관계사인 삼성 SDS에서 국내 벤처회사인 KDL로 변경했다.

삼성물산의 이러한 노선은 컨소시엄 사업에도 드러나고 있다.

삼성은 현대와 한국통신,포항제철 등 5개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MRO(원부자재조달)사이트를 구축하다가 솔루션 문제로 지난 7월초 탈퇴했다.

삼성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입찰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한 오라클을 선정하자고 요구했으나 삼성은 미국 ICGC사를 선정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화학포털 사이트인 켐크로스와 캠라운드의 통합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것도 삼성의 솔루션 독자노선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할수 있다.

LG, 현대상사,SK글로벌이 공동 추진중인 켐라운드는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오라클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물산이 주도하고있는 켐크로스는 벤처회사인 이네트를 굽히지 않는다.

삼성은 외국 메이저를 선정하지 않은 이유로 기술 종속을 든다.

앞으로 거래 비중이 커질 경우 협상 여지가 너무 좁아지고 업그레이드 비용도 비싸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외국의 메이저업체들은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높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지분참여 등의 형태로 수익 배분을 요구한다는 것. 이에대해 캠라운드의 한 관계자는 "해외업체의 경우 시스템의 안정성이 이미 검증됐고 해외마케팅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사이트 오픈에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켐라운드는 켐크로스보다 출범 시기가 늦었지만 서비스는 1달 이상 빠르다는 것. 현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외국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입찰에서 덤핑한다는소문도 있으나 최근 MRO 입찰에서 외국사가 제시한 가격은 2백50만달러 수준으로 덤핑이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