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동부로부터 고용보험 가입및 보험료징수 업무가 넘어온 뒤 퇴근시간이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7월 1일부터 산재보험 적용대상까지 확대됐다.

직원들은 "당분간 업무가 줄어들 희망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광주 =광주지역본부(본부장 김이중) 징수부 직원들은 오후 6시부터 부채를 꺼내들기 시작한다.

건물주가 퇴근시간을 맞춰 에어컨 가동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매일 밤 9시30분까지 연장 근무해야하는 처지에서 요즘같은 한여름에는 무더위와의 전쟁도 피할 수 없다.

징수2부에서 근무하는 오승옥(41.여)씨의 경우 사무실 주변이 어둑워져야만 민원서류를 처리할 시간이 난다.

미가입 사업장을 조사하고 전화로 걸려온 민원을 처리하다보면 정상근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오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준비에 중학생 딸의 뒤치다거리를 해준 뒤 8시30분께 출근한다.

오후 9시30분께 퇴근,세탁과 다음날 식사준비를 하다보면 새벽 1~2시가 되기 일쑤다.

식구들과 같이 식사하는 것을 포기한 지 오래다.

다른 직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효숙 대리(30.여)는 "현재까지 1백개 사업장을 산재보험에 가입시켰지만 앞으로 2천5백개를 더 조사해야한다"며 "고용보험은 사업주의 신고만으로 처리가 가능했지만 산재보험은 반드시 확인과 수정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지역본부가 맡고 있는 지역은 광주광역시,나주시와 8개 군.제조업만해도 산재보험요율이 1천분의 6(전자제품 등)에서 42(제재 및 베니어판제조 등)로 제각기인만큼 방문조사를 통한 업종 파악은 꼭 필요하다.

장흥군내 사업장을 찾아가려면 자가용을 몰고 가더라도 2시간30분이나 걸린다.

함평이나 구례,곡성,영광 등 광주시에서 많이 떨어진 곳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도로에서 근무시간을 허비할수 밖에 없다.

단란주점도 가입대상이다.

이런 곳은 낮에 가봐야 조사가 불가능하다.

셀룰러폰으로 어렵사리 사업주과 통화하더라도 "웨이터나 호스테스가 술집에서 일하다가 다쳤더라도 보상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김 본부장은 "미가입사업장에서 산재사고가 난뒤 산재급여를 청구할 경우 반드시 보상을 해주어야한다"며 "산재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의 50%를 사업주로부터 징수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라고 털어놓았다.

윤연호 보상부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임금 서류조차 제대로 없는 곳이 많다"며 "고용종속관계가 있었는지,실제 임금은 얼마인지,과연 업무상 재해인지 확인할 게 한두개가 아니다"고 말했다.

<>수원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지사장 나승신)에 근무하는 김경화 대리(40)는 지난 6월 26일 사업장을 방문하느라 8시간을 소비했다.

이날 오전 8시 출근한뒤 전날 저녁 처리한 민원서류를 결재판에 올렸다.

출장지 3곳을 고른뒤 오전 10시께 사무실을 출발했다.

1차 방문사업장은 안성시 서운면 신흥리 D산업.안성 시내 웬만한 길을 다 아는 김 대리이지만 휴대폰으로 묻고 물어 오전 11시40분께 겨우 도착했다.

오전 11시40분께 도착해 산재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상담한뒤 필요한 서류를 받았다.

점심 식사후 안성시 도기동 K산업을 40분이상 헤매다가 결국 찾는 것을 포기했다.

3차 출장지인 삼죽면 A정밀공업에 도착한 때는 3시30분.사업장 실태를 조사하고 서류를 받은뒤 6시10분께 사무실로 돌아왔다.

김 대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밀린 업무.당일 접수된 20여건의 민원서류와 수건의 전화메모를 확인한뒤 10시 50분께 퇴근했다.

수원지사의 징수 담당 직원은 24명.산술적으로 지난 7월 1일부터 8월 14일까지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1인당 22.5개 사업장의 업종과 임금 등 파악해야한다.

하루 출장을 통해 확인할수 있는 최대치는 3~4개.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나 지사장은 "5인미만 영세업체에서 산재사고가 났을 경우 회사로부터 요양 신청및 평균임금 산정 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며 "공단 직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매달려야만 산재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건 징수부장은 "빨라야 오후 9시에 퇴근할 정도로 일이 많다"며 "최근 징수부에서 3개월 일했던 대졸 신입사원이 그만두었다"고 전했다.

광주 수원=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