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월부터 시행키로 한 유동성조절대출제도가 출발부터 유명무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금융회사가 마찰적 요인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을 경우에 대비해 이 제도를 도입했으나 은행들은 이 대출을 신청할 경우 고객의 불신을 초래할 것을 우려, 대출 신청을 꺼리고 있다.

30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일 유동성조절대출 신청마감 결과 시중은행 한 곳과 특수은행 한 곳이 이 자금을 신청했으나 두 은행 모두 지난 주말 황급히 이를 취소했다.

두 은행의 취소이유는 대출신청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고객들로부터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게 아니냐는 문의가 줄을 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청을 취소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모든 시중은행에 유동성조절 대출제도를 활용토록 협조요청을 해온 데다 금리조건도 콜금리보다 좋은 4.5%여서 자금신청을 검토했었다"며 "그러나 마치 유동성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처럼 비쳐져 신청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