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OB맥주가 외환위기후 부도직전의 위기로까지 몰렸다가 벨기에 인터브루사에 경영권을 넘긴뒤 기사회생한 것을 비롯, 많은 한국기업들이 서구식 경영문화를 받아들여 탄탄한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중국과 일본 두 거대국가에 끼인 나머지 외국인 기피증에 빠져있었으나 외환위기이후 불가피하게 외국인투자를 대거 수용,보다 열린 기업문화를 형성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는 1962-95년의 33년동안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1백55억달러에 달했다며 "폐쇄적이었던 아시아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서구기업들에 대해 보다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널지는 이날 1면 머리기사로 OB맥주의 현황을 심층 분석하면서 "연공서열과 개인적 유대 상사에 대한 절대복종 등을 요체로 한 한국의 기업풍토가 자율적 상호관계를 축으로 하는 서구식 기업문화와 맞부딪쳐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며 회생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저널지는 인터브루사측이 OB의 경영권을 인수한 초기에 <>상명하복의 경직된 대인관계 <>거래선의 어음결제 관행으로 인한 자금 회전의 지연 <>계열사간 특혜성 거래로 인한 비용 낭비 등 많은 경영 난제와 부닥쳤으나 이들 잘못된 관행을 혁파함으로써 경영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OB최고경영자로 부임한 미국계 앤드루 브레넌 부사장의 말을 인용,젊은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한채 명령에만 복종하도록 교육받은 것이 초기의 큰 경영난제중 하나였으나 여성을 내세운 토론회 개최 등으로 이를 극복해냈다고 전했다.

주류 도매상들의 어음결제 관행에 대해서는 거래현장에서의 1백% 현금결제로 바꾸도록 조치했으나 노조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져온 관행을 멋대로 뒤집을 경우 거래선의 대거이탈로 회사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반발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OB맥주의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그룹측에서 "이 기회에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노조원들을 설득, 결제 관행을 개혁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OB맥주는 또 캔과 상표 인쇄표지 등을 두산그룹 관계사들로부터 비싸게 구매,비용을 낭비하고 있었으나 인터브루사가 경영권을 넘겨받은 뒤 해당 계열사들에 "납품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계열사 거래관행에도 수술을 가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일련의 경영개혁이 열매를 맺음에 따라 98년 6월 인터브루사가 경영권을 인수하던 당시 만신창이였던 OB맥주가 지난해 흑자기조를 되찾았으며,대일수출에도 나서는 등 빠르게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저널지는 강조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