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 체제이후 우후죽순으로 난립했던 신용정보회사들이 불과 2년만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게 됐다.

신용정보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것은 금융감독위원회의 허가남발과 업무규제가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여기에다 금융회사들이 너도나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고 해결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업계의 낙후된 영업행태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이대로 가다간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금융감독원은 한계상황에 이른 부실 회사에는 구조조정의 메스를 들이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금감위는 지난 21일 국영화된 서울보증보험에 신용정보업 신규진출을 허가해 기존 업체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또 대구은행도 대구신용정보의 설립 내허가를 받은 상태다.

앞으로 무려 28개사가 한정된 시장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여야 할 판이다.

<> 실상은 어떤가 =지난 97년말 12개이던 신용정보회사가 26개로 1백16%나 급증했다.

이중 작년 7월이후 문을 열어 영업을 시작한지 1년이 채 안된 회사가 9개나 된다.

금감위는 지난해 신용정보회사 최저자본금을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췄다.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회사수만 늘면서 개별업체의 덤핑경쟁은 날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때문에 10개사 안팎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이중 상당수는 자본금을 거의 다 잠식당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금 15억원짜리 회사라면 인건비 경비를 감안할때 6개월 안에 자본금을 다 까먹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신설회사들은 직원 월급도 제대로 못주는 형편이다.

금감원 실태조사에서 월급을 못받은 직원들이 돈 받고 신용정보를 파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극심한 경쟁속에 신용정보회사들은 채권추심업을 따내기 위해 신용조사를 무료로 서비스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건당 30만원은 받아야 할 서비스를 10만원도 못받고 있으며 은행 등에서 대량으로 수주할 땐 건당 1만~2만원에 덤핑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대책은 뭔가 =업계에선 당장 금감위가 허가남발을 중단하고 업무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신용정보업협회는 조만간 금감원을 방문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개선책을 건의할 예정이다.

윤의국 신용정보업협회장은 "기존 업체들이 다들 어려운 상황이므로 정부가 1~2년정도 신규허가를 보류해 생존 기틀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국회에 각종 업무규제를 풀어달라는 입법청원도 준비중이다.

임석 솔로몬신용정보 사장은 "서울보증보험의 신규진입은 기존 업체에 엄청난 위협"이라면서 "개인신용정보 서비스, 소송대리 위임, 대기업 채권추심 등 "돈되는 업무"를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감독당국은 인.허가 지침상 일정요건을 갖추면 진입이 자유로운 만큼 신규진입 여부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자율화된 진입기준을 다시 막기는 곤란하며 시장경쟁에 의해 경쟁력 있는 회사와 도태될 회사가 구분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부실한 신용정보회사에 대한 퇴출기준을 엄격히 적용키로 했다.

법상 신용정보회사는 자본잠식이 심하거나 불법행위로 영업정지된 회사가 1년내 다시 영업정지 사유가 발생할 때 등의 경우에 허가취소된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신용정보업계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해 순기능(부실채권 회수대행)을 살려 나가는 쪽으로 감독방향을 잡았다.

금감원은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자본잠식 상태인 7개사중 3개사와 경영정상화 MOU(양해각서)를 다음주중 맺고 증자를 요구하기로 했다.

증자를 못하는 업체는 다른 회사에 합병되거나 퇴출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