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올 여름 전력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산업자원부와 한전은 이런 추세라면 무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7월말부터 한달간은 과거처럼 "전력예비율과의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 수요는 지난달 19일 오후 4시 3천7백86만1천kW를 기록, 이미 지난해 최고치(3천7백29만3천kW)를 넘어섰다.

지난 4일 오후 3시께는 4천33만3천kW를 나타내 사상 처음으로 4천만kw 벽을 돌파했다.

6일 수요 역시 4천78만4천kW로 사상 최고치.

한전은 6월중 전력수요가 전년도 최대 수요를 넘어선 것은 예상밖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최대수요 기록이 7월말께 경신되는게 보통이었다.

<> 전력수요 최고치가 매일 바뀐다 =전력수요 급증은 산업체의 가동률이 높아진데다 냉방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올해 냉방수요의 최대치는 8백36만5천kW로 추정돼 전체 전력수요의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전력 최대공급능력은 4천5백49만8천kW.

지난해보다 2백만kW나 늘어난 것이다.

한전은 전력수요가 작년보다 14.7%나 늘어 4천2백78만6천kW까지 증가하는 최악의 경우라도 6.3% 정도의 예비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달 하순부터 7월초 사이에 2백50만kW 넘게 전력수요가 늘어난 만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급증하는 냉방수요를 감안할 때 순식간에 1백만kW 안팎의 초과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난 96년처럼 원자력발전소가 고장을 일으킨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력예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송전 중단까지는 이르지 않지만 전력의 질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한국전력은 앞으로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발전소 출력을 최대한 올리고 여름철 이후 준공예정인 발전기의 시운전 전력 1백48만kW(최대수요의 3.6%)를 긴급 투입하는 비상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수요가 늘어난다고 무턱대고 발전소를 지어대는 비효율이 거듭되서는 곤란하다는게 한전은 물론 정부의 생각이다.

98년이후 전력공급 능력이 7백만kW 이상 확충됐는데도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이다.

<> 전기를 덜쓰면 요금을 깎아준다 =한국전력은 여름철 전력수요 조정을 위해 하계 휴가.보수기간 조정 요금제와 자율절전 요금제 등을 도입, 산업현장의 전력절약을 유도하고 있다.

휴가.보수기간 조정 요금제는 한전이 대규모 사업장과 계약을 맺고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까지 낮시간의 최대 수요전력을 50%이상 줄이거나 3천kW 이상 절약하는 사업체에 대해 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자율절전제도를 통해 여름철 최대 수요전력 발생시간대(오후2~4시)에 고객이 자율적으로 일정수준으로 전력수요를 줄이면 전기요금을 깎아주고 있다.

한전은 이와함께 일반가정 등에 대해선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오후 시간대 에어컨 사용 자제를 유도키로 했다.

특히 전력수요가 피크를 이루는 오후 2~4시엔 에어컨 다리미 세탁기 등 전력소모가 많은 전기용품 사용을 억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전 관계자는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이 늘어나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의 전력수요가 급격하게 올라간다"이라며 "이 시간대에 전력소비가 많은 전기기기 사용을 줄이면 전력수급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