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屍姦)"을 다룬 영화들은 통상 폭력과 음란함을 동반한다.

변태성욕에 사로잡힌 남성이 기형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범하는 "정석"은 역겹고 혐오스럽다.

캐나다 영화 "키스드"(Kissed)는 그러나 같은 소재를 들고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주인공은 "네크로필리아"(시체에 대한 이상성애)에 사로잡힌 소녀 산드라.

영화는 "나는 언제나 죽음의 느낌과 향기,그 고요함에 매혹되곤 했다"는 소녀의 독백으로 문을 연다.

어려서부터 새나 다람쥐 시체에 애정을 느끼던 산드라는 성인이 된후 시체를 보고 강한 유혹을 받는다.

장의사에서 일할것을 자청한 그는 점점 시체에 대한 탐닉에 빠져든다.

그런 산드라를 사랑하게 된 의대생 매트는 산드라의 사랑을 얻기 위해 죽음을 택한다.

영화는 선정성이나 엽기적 장치를 배제한채 "기이한 삶"을 담담한 시선으로 따라나간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영상은 역한 불쾌감 대신 남과 다른 삶을 사는 여자와 그를 사랑하는 보통남자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채색된다.

캐나다에서 단편영화로 이름을 날린 여류감독 린 스톱케비치의 첫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은 96년 발표된후 토론토,밴쿠버,선댄스,칸등 각종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국내엔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눈보다 흰 피부에 창백한 푸른눈의 몰리 파커는 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스크린을 채운다.

하지만 소재가 워낙 낯선 탓인지 국내에선 심각한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나오는등 소통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7월1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