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에 입사한지 12년째인 A차장의 사내 이력서에는 학력이나 경력 본적 등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은 완전히 빠져 있다.

대신 시스템개발,매장관리,상품기획(비쥬얼머천다이징),상품평가관리 등 입사후 다뤄온 업무분야에서의 성과나 프로젝트,강연했던 경험 등 지식이력이 A4용지 네 장에 빼곡하게 적혀있다.

이랜드 그룹은 오는 9월 정기인사때 과장승진대상자들부터 이같은 지식이력서를 토대로 승진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근무연수같은 형식적인 이력이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지식과 능력을 기록한 "지식이력서"가 승진을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회사는 업무별로 지식과 역량을 expert(전문가),leader(리더),working(실무),basic(기초)등급으로 평가한뒤 리더 이상의 등급을 받지 못하면 과장승진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지식이력서는 자신이 스스로 작성한뒤 두 단계에 걸쳐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인증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우선 승진대상자들은 그동안 자신이 수행했거나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관련 지식을 얼마나 어느 수준까지 보유하고 있는 지를 스스로 평가하고 기록하게 된다.

예를 들면 업무영역별로 "성과를 낸 성공경험이 있는가 ""성공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줬는가""매뉴얼을 작성해 보았는가""강의한 경험이 있는가""현업에 적용해 보았는가"등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 진단하는 것. 자신에게 배운 사람이 업무를 잘 수행했다면 expert등급에 해당되고 업무에서 성과도 내고 자신의 업무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쳤다면 leader등급이 부여된다.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수 있도록 업무지식을 정리했다면 working등급,책을 읽고 업무를 배우는 단계라면 basic등급이 주어진다.

자신이 직접 다뤘거나 참가했던 10-20여가지의 업무영역에 대해 등급을 매기고 관련 증빙자료를 첨부해 제출하면 1차로 직능별 최고전문가가 서류를 심사한다.

2차로 최고경영자와 최고지식경영자(CKO) 최고인사관리자(CHO)가 면접등을 거쳐 등급을 확인해준다.

이랜드측은 지난해 시범적으로 지식이력서를 작성해본 결과 차장급이 자기업무에서 working수준의 등급을 받거나 대리가 leader등급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지식이력서를 작성하면 빈 자리가 생기거나 신규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쉽게 찾을수 있고 승진에 필요한 지식을 당사자들이 명확히 알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게 이랜드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 문기환 상무는 "승진에서 탈락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지식이력을 스스로 기록하고 전문가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지식을 쌓아나가도록 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교연 CKO실 차장은 "외환위기이후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도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직원 개개인을 모두 지식자본가로 성장시킨다는게 회사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