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이 14일 "남북한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언급하는 등 미국 정부와 학계 언론 모두 이번 정상회담을 "대성공"으로 간주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북한 정상들이 서명한 공동선언문을 "희망적"이라고 환영하며 "특히 이산가족 교환 방문 합의는 커다란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했다.
그는 물론 "우리는 오랫동안 북한에 대해 남한과 대화하도록 촉구해 왔다"며 무르익는 한반도 화해 분위기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은근히 강조했다.
미국은 총론에서는 환영을 표시하면서도 각론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북한 정상이 합의를 이룬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양국이 이 합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지켜 볼 필요가 있다"는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의 논평이나 "현 시점에서 장기적 영향을 추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는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의 언급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http//bjGlobal.com
< 일본 >
일본정부와 전문가들은 5개항 합의선언에 대해 "동북아시아의 불안정한 요소가 일거에 사라져 대립의 구도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전폭적인 환영을 나타냈다.
일본은 당초 두 정상이 만난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김대중 대통령이 북에서 들고 나올 ''선물 꾸러미''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자 일본정부는 회담 성공에 대해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유효성을 증명한 것"이라며 햇볕정책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일본측은 합의선언이 일본, 나아가 동북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을 조심스럽게 헤아리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중국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수복하고 이탈리아와 국교를 수립하는가 하면 남북화해로 매진, 새로운 국가로 거듭나고 있는데 대해 "일본도 서둘러야 한다"며 초조해 하는 분위기다.
북.일간의 현안인 일본인 납치의혹과 미사일문제도 일단 회담이 열려야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조속한 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러시아 >
러시아 정부는 분단국인 남북한의 두 지도자가 만난 것이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분쟁국인 남북한 화해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등 이 지역에 대한 이해관계가 크다.
하지만 산적한 국내문제 때문에 극동쪽에 외교력을 집중하기 어려워 분쟁이나 정세불안을 피하면서 국익을 찾는다는 것이 푸틴정부의 기본적 목표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6.15 선언으로 긴장완화와 화해가 이뤄진다면 최소한 남북한 평화공존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며 나아가 양측이 이미 합의한 화합의 원칙에 입각한 통일의 전망도 밝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
< 중국 >
중국은 남북정상이 천명한 "6.15 선언"에 대해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남북 당사자간 자주적 평화통일 노력은 중국의 이익과 철저히 부합된다는게 중국의 계산이다.
주방자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6.15 선언은 중국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온 "한반도문제 당사자 해결원칙"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반도에 안정과 평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6.15 선언으로 초래될 동아시아 정세변화에서 중국이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에 평화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예상되는 동아시아 지역내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