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격차'' 우선 해소...통일뒤 혼란 막아야 ]

장 마리 뱅상 < 파리8대학 한국정치학 연구소장 >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공동선으로 북한의 대외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을 보면 폐쇄적 고립에서 벗어나 부분적이나마 개방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특히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경제적 지원이 절대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의 대한(對韓)관계는 과거의 일방적인 트집잡기에서 벗어나 융통성의 기반위에서 전개될 것이다.

당초 정상회담개최를 하루 앞두고 북측이 기술적 이유로 회담을 연기했을 때만 해도 워낙 예측불가능한 북한이라 그 저의가 뭔지 의문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도착시 상상치 못한 환대를 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틀간의 정상회담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경협, 이산가족 재상봉, 궁극적인 한반도통일 등 4개항의 공동 합의서 작성이라는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진전되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북측의 개방은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절대 필요한 것으로 북한의 對韓입장에는 과거와 다른 변화가 있겠지만 북한주민 전체에까지 사고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분단국가라는 한국과 비슷한 역사를 경험한 독일도 통일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1969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대화를 통한 변화" 정책을 발표한후 2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당시 서독의 대동독 정책변화와 지금 한국의 대북한관계 변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브란트 총리 집권전만 해도 서독은 동독과 외교.통상을 하는 국가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강경 외교노선을 취했다.

그러나 브란트 총리는 대동독 대화정책을 선택했다.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독에 대한 경제지원을 기반으로 동독을 대화의 무대로 끌어내고 동독체제를 인정했다.

또 동독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유럽 주변 국가들에도 동독과 외교관계를 맺도록 권장, 70년대 초반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동독과 수교할수 있도록 했다.

이어 동서독은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북한이다.

북한은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해 대외 이미지 개선이란 큰 성과를 얻었다.

그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불투명하고 폐쇄된 미스터리의 국가였다.

또 이번 회담 합의서에 남북경협 내용이 포함된 만큼 한국측의 경제적 지원을 비롯 한국기업들의 북한진출 등 양측 경제협력도 크게 증진될 것이다.

경협에서도 실질적인 파급효과를 질로 따진다면 북한이 얻는 이익이 더 크다.

이산가족 재상봉도 합의서에 들어 있다.

이는 한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얻은 큰 성과다.

독일의 경우에도 동독인정과 경제적 지원후에 이산가족 상호방문이 이뤄졌다.

동독정부는 마르크화로 방문료를 내는 서독인에게 가족방문 비자를 발급했다.

그후에는 가족 전체 여행을 허용치 않고 1가구 1명씩 방문하는 식이었지만 동독인도 서독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이같은 독일식 이산가족 방문제도를 도입할지는 의문이다.

자유주의 감염없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이 북측의 목적인 만큼 너무 성급한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겠다.

당장의 통일로 경제성장이 위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남한은 먼저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 양측간의 경제적 갭을 줄여야 한다.

한반도 통일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걸려야 한다.

그래야 혼란을 막을수 있다.

정리=파리 강혜구특파원hyeku@coom.com

---------------------------------------------------------------

[ 약력 ]

<> 1934년 프랑스동부 낭시 출생
<> 국립고등정치연구원 정치학박사, 국립사회과학원 법학박사
<> 프랑스국립연구소(CNRS) 연구원 역임
<>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객원교수 2년 역임
<> 99-현재, 파리8대학 정치대학원 교수겸 한국정치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