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물가를 낮은 수준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총수요 관리를 통해 경기 상승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대목이다.

전 총재는 12일 오전 한국은행 별관 8층 강당에서 열린 한은 50주년 기념식에서 "외환위기 이후 거시경제정책 완화기조에 힘입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됐기 때문에 이제는 향후 물가상승과 경상수지 흑자축소에 대비해야 할 시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이후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리가 이완되고 있다"며 "환율하락 등에 따른 일시적인 물가안정에 자만해 인플레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전 총재는 또 "하반기 한국경제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대외신인도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금융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신용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중개기능이 약화돼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용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은 유동성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소되긴 어렵기 때문에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조속히 추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게 그의 처방이다.

전 총재는 이같은 신용불안에 대응해 올 하반기에 유동성 조절대출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동성 조절대출제는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에 필요한 자금을 신속히 지원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초단기금융시장에선 콜금리가, 1~3개월 정도의 단기금융시장에선 유동성조절대출 금리가 각각 기준금리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