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조선업계간에 분쟁파고가 높아지고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에 이어 일본업체들도 세계조선수주경쟁에서 한국업체들의 독주를우려한 나머지 강력한 견제를 하기 시작했다.

일본업계까지 본격적인 시비를 걸고나오자 국내 조선업계는 세계조선업계 전체를 상대하는 최악의 "조선통상전쟁"을 걱정하고있다.

가메이 도시오 일본조선공업협회 회장은 최근 "대우중공업이 한국정부계 은행으로부터 사실상 공적자금에 의한 지원을 받고있다"며 "이달중 한국조선협회에 항의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도움을 받지않는게 세계조선업계의 신사협정"이라며 "도산업체가 정부 원조로 회생을 도모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한국정부측을 겨냥했다.

가메이 회장은 또 "한국협회가 지난 3월부터 수주 실적을 발표하지 않고있으나 한국업체들의 수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국내 협회측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본측의 이같은 태도는 작년에 세계 조선업계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준데 이어 올들어서도 한국업체의 수주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따른 "초조감의 표출"로 한국업계는 해석하고있다.

국내업계는 지난해 총 1천1백80만톤을 수주해 93년이후 6년만에 정상을 탈환했으며 99년말 수주잔량은 사상 최고치인 2천4백20만톤에 달하고있다.

일본업계는 특히 작년말을 전후로 현대 삼성등이 일본선사로부터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유조선을 놓고 국내업체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미쓰비시의 나가사키 조선소는 지난 2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일부 건조라인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었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엔고로 일본업체의 수주경쟁력이 약화된 탓도 있지만 한국 업체들이 일본과 같은 수준의 첨담조선기술을 확보한데다 세계 정기선의 대량공급에 따라 한국 선형이 세계정기선의 표준형으로 떠오르는 등 구조적인 "한국우위추세"에 대해 일본업체들이 불안해하고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본협회의 주장은 저조한 수주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어거지"라면서도 "유럽과 일본으로부터 합동 견제를 받을 경우 수주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측이 EU처럼 대우중공업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물고늘어질 경우 "한국업계대 세계조선업계"간의 통상마찰양상이 빚어지게되는 셈이다.

또 EU측은 지난 4월 한-EU간 조선협상이 타결된 뒤에도 통상압력을 늦추지 않고있다.

유럽 조선업계 근로자들은 18일 15개 EU 회원국 산업장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이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심도있게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한국이 EU와 체결한 조선분야 합의사항을 이행토록 이사회가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 EU가 수집하는 한국 조선업계 자료를 국제통화기금(IMF)에 통보하고 한국을 상대로 한 제소에 대비해 한국의 수주가격 및 비시장경제적 행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것 등을 요청했다.

조일훈 기자 jih@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