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들을 주목하라"

계간 "문예중앙" 여름호가 한국 문단을 이끌 젊은 작가 10명을 뽑아 그들의 작품세계를 집중조명했다.

최근 2~3년 사이에 등단한 신인 가운데 "내재가치가 큰" 유망주를 골라 신작 소설을 한편씩 싣고 특집대담까지 마련했다.

대담에는 시인 김정란씨와 소설가 박상우씨,문학평론가 하응백씨가 참여했다.

"문예중앙"이 뽑은 한국 소설의 차세대 주자 10명은 윤성희 김종광 강영숙 신상미 이혜진 민경현 이평재 도태우 윤형진 우광훈씨.

연령대는 20대에서 30대 초반이다.

문예지들이 자기 출신 작가들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어왔지만 이번 기획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역량 위주로 작가를 선정해 눈길을 끈다.

이미 잎이 무성해진 "큰 나무"들보다 그 그늘 아래에서 새 순을 틔워올리는 "떡잎"들에게 햇빛을 비춘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문학이 어떻게 현실을 수용하고 소설영역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들 10명의 작가는 아직 "탐색기"를 지나는 중이다.

그러나 그들의 신작을 읽다 보면 개인적인 맥락 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김정란씨는 이들의 작품에서 90년대 작가와 구별되는 희망의 단초 여섯가지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김씨는 냉소주의와 문화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인문학적 상상력을 도입하려는 노력,사회의식의 회복 의지,이웃에 대한 배려를 통해 공동체적 자아를 확보하려는 열망,감상주의를 넘어서려는 몸짓 등을 높이 평가했다.

신인 작가들이 단절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움에 대한 소명감 때문에 머뭇거리는 상황도 또다른 모색 단계라고 봤다.

그중에서도 김종광씨의 신작 "열쇠가 없는 사람들"은 부도직전의 소규모 인쇄물 제작업체에서 여러 사람이 겪는 심리적 갈등을 그림 그리기 수법으로 보여줘 주목된다고 말했다.

박상우씨는 10명의 작품을 리얼리즘과 페미니즘,관념소설,모더니즘 계열로 대별하면서 윤성희씨의 "그림자들"은 생의 이면을 묘파하는 직관적 표현력과 군더더기 없는 기술을 잘 접목시킨 예라고 호평했다.

박씨는 앞으로 21세기에 맞는 이야기성의 회복과 환상성의 영역확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번 특집에서 이평재씨의 "거미인간 아난시"를 인상깊게 봤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 민담을 바탕으로 오늘과 같은 속도전의 시대에 소설의 이야기성이 무엇인가를 탐구한 단편이다.

신상미씨의 경우 "바람 모퉁이"에서 보여준 것처럼 정제된 문장과 디테일한 묘사력으로 소설을 끝까지 끌어가는 힘이 장점으로 꼽혔다.

도태우씨는 "판팔루스 판포스"에서 시인의 패기와 의욕을 소설 소재로 과감하게 차용한 점,윤형진씨는 "토기와 거북이"로 반전의 미학을 잘 드러낸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응백씨는 신인들의 작품 영역보다 각각의 개성을 깊이있게 분석했다.

그는 나이많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여자와 떠돌이 트럭 기사의 얘기를 담은 강영숙씨의 "트럭"에서 여성의 소외와 탈출의지를 미래형으로 읽어낸다.

이혜진씨의 "티켓 투 더 문"에서는 나이 많은 남자와의 결혼을 앞둔 여성이 동전을 삼키고 이것이 결혼식 당일 맹장염으로 이어지는 장치에 주목하면서 작중인물들의 심리묘사를 높이 샀다.

"베틀넷키드의 사랑"을 발표한 우광훈씨와 "말하는 벽"을 선보인 민경현씨는 다소 거칠지만 90년대식 코드를 극복하려 하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대담자들은 결론에서 "신인 작가들이 환상성과 리얼리즘,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상상력의 결합으로 소설의 지평을 끊임없이 넓혀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