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뜬구름이 된 제 여생동안 모든 것을 면류관삼아 온 몸으로 아프게 느끼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작년 11월22일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남긴 글의 일부다.

작년 10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 자동차부품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후 6개월이상 뜬 구름 처럼 해외를 떠돌고 있는 김전회장.

심장질환 악화설등으로 간헐적으로 근황이 소개됐던 그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백km가량 떨어진 시골농장에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우 고위관계자는 8일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김전회장은 휴양지에 머물고있는 것이 아니라 자그마한 시골농장에서 체류중이라며 국내뉴스는 일체 끊은채 텃밭가꾸기 독서 컴퓨터등으로 한적한 생활을 하고있다"고 전했다.

이 농장은 김전회장의 지인을 통해 마련했으며 현재 김전회장을 수행하고 있는 비서와 집사등도 모두 현지에서 고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현재 김전회장과는 전혀 연락이 닿지않고 있으며 김전회장과 사돈지간인 김준성 이수화학 회장 역시 백방으로 수소문해봤으나 아직 접촉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김전회장의 건강상태는 다소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말 심장질환 악화로 당장 수술을 해야할 처지에 몰리기도 했으나 올해초 미국에서의 치료경과가 좋아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김전회장의 근황을 놓고 국내에서는 다소 시각이 엇갈린다.

김전회장이 재기를 모색하기위해 잠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극심한 허탈감과 회한에 빠져 단순 요양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때 유럽 현지에서는 김전회장의 재기모색설이 강하게 나돌았던 적이 있다.

대우자동차 현지공장을 잇따라 방문하고 해외 채권단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소식이 들어오면서였다.

마침, 코스닥 열풍과 맞물려 김전회장이 벤처기업을 통해 실추된 명예회복을 노린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그러나 김전회장이 해외에서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닌 것은 그동안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인사나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사후 뒤처리를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지금으로선 재기할 수 있는 여건이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있다고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일각에선 여전히 대우부실에 대한 김전회장의 책임을 묻겠다는 태세고 대부분의 재산이 채권단에 담보로 넘어간 상태에서 김전회장의 자금력도 고갈났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김전회장은 우리 경제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킨 대우사태가 잦아들 때나 또는 자신이 나서도 될만한 상황이라고 스스로 판단할 때쯤 서울행 비행기를 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워크아웃을 추진중인 대우 채권단은 최근 김회장의 거취를 다시 수소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이라는 큰 흐름에 묻혀있지만 김전회장은 아직 주요 계열사에 대한 주식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고있다"며 "이 부분을 확실하게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법률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우측이 김회장의 체류지를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며 "은행들끼리 비용을 갹출해 유럽출장이라도 가야할 판"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 조일훈 기자 ji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