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신랑감이면서 가장 부러움을 받던 직업중의 하나인 ''의사''의 주가가 예전같지 않다.

의대를 졸업하기만 하면 평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은 옛날 얘기다.

치열한 경쟁으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수난시대를 맞게 됐다.

작년부터 의약품 실거래가상환제가 실시된 데다 오는 7월부터 의약분업이 시행돼 소형 동네의원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종합병원 의사들은 연봉제와 성과급으로 잔뜩 풀이 죽어있다.

일부 진료과목에서는 레지던트 모집에서 미달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동네병원의 시름=의약분업이 실시되면 동네의원들은 약품에서 얻던 수입이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

수술 등을 하고 받는 진료비와 처치료, 약을 처방해주고 받는 처방료로 버텨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에 비해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는 게 의원들의 주장이다.

문을 닫거나 통폐합이 불가피해진다.

동네의원이 ''동네 재벌'' 소리를 듣던 것은 꿈같은 얘기다.

이미 의원들은 보험약품 값을 실제 거래한 대로 지급받는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로 약가 마진을 거의 잃은 상태다.

제약회사의 선심공세 덕에 견딜 수 있었지만 7월이후엔 전문의약품을 제외하고는 아예 약을 취급하지 못해 약품은 더이상 ''돈''이 안된다.

일부 동네의원의 경우 약가 마진이 전체 수입의 70-80%나 되는 곳도 있는 실정이어서 의약분업이 몰고올 파장은 사뭇 심각하다.

김광진 동네의원살리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의료수가를 올리지 않고 그대로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동네의원중 몇 곳이 살아남을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의사로서의 자부심을 잃고 직업윤리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게 요즘 의사사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토로했다.

<>성과급 확산=종합병원의 의사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진료실적이나 연구성적 등에 따라 연봉제를 적용하는 병원이 확산되고 있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원천적으로 진료수입이 적은 진료과목의 의사들은 "말도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진료수입을 많이 올리더라도 환자들의 반응이나 연구 교육 등 다른 일까지 신경써야 해 속이 편치 않은 표정이다.

서울 강북의 여성전문 S병원의 경우 의사별 연봉차이가 무려 4천만원이나 난다.

환자수나 발표논문 등 의료성과를 꼼꼼히 계산해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들도 잇달아 연봉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의사의 등급을 3등급으로 나누어 올 2학기부터 연봉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삼성의료원 연세의료원 고려대의료원 아주대병원 등도 성과급제나 연봉제를 추진하고 있다.

A병원의 K교수는 "재단측이 매달 의사별로 진료수익을 집계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비윤리적이긴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시술을 하거나 과잉진료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레지던트 미달=의약분업과 성과급제는 수십년간 굳어진 진료과목 간의 인기판도를 완전히 흔들고 있다.

그동안 의약품 마진을 많이 남겨 치열한 경합을 벌이던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는 비인기종목으로 추락했다.

실제로 올해 초 실시된 레지던트 시험에서 그 양상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연세의료원과 강북삼성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흉부외과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마취과 방사선과 등에서는 레지던트 정원미달 사태가 속출, 인력을 재배치했다.

반면 의료사고 리스크가 적고 비보험분야의 진료가 많은 안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은 인기를 끌고 있다.

순환기과나 신경외과 등도 급한 환자가 많고 진료비가 많이 나와 성가를 유지하고 있다.

종합병원의 한 의사는 "치열한 의료기관간 경쟁과 의료제도 급변으로 ''인술''보다 ''상술''에 신경을 써야하는 비극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