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인가.

증시에서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역력히 엿보이고 있다.

시장안팎의 불안감에 고객예탁금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위탁계좌수마저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이날 일부 투신사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까지 드러나 투자자들의 심리가 오그라들고 있다.

<>객장 분위기="한마디로 자포자기 상태입니다".

대형 H증권사의 일선 지점장이 내뱉는 푸념이다.

최근 블랙먼데이 이전에 매도타이밍을 놓쳐 잔뜩 물려 있는 사람,다행히 현금화시켰지만 저가의 호기라고 여겨 섣불리 뛰어들면 물릴 것같아 관망하고 있는 투자자등 분위기가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 지점장은 "향후 미국 증시가 두렵고 투신사가 줄기차게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활절 휴가로 지난 금요일 미국 증시가 쉴 때 가 적절한 매매타이밍이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돌 정도로 미국쪽만 쳐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5월 중순께까지 주식을 팔든지, 아니면 기다리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인 증시 이탈하나=지난 17일 고객예탁금은 11조9천2백44억원으로 전날에 비해 1조3천억원이나 늘어났다.

12월결산 상장사의 배당금이 유입된 결과였다.

그런데 21일 현재는 11조1천78억원에 머물러 대폭 줄어들었다.

17일에 비해 8천1백66억원이나 감소했다.

이 기간동안 일반인들이 6천8백26억원어치의 주식을 산 것을 감안하더라도 고객예탁금은 1천3백4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에 개설한 주식투자 위탁계좌 역시 지난달말 1천4백91만개에서 20일 현재 1천3백7만개로 1백14만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증권의 한 지점장은 "과거같으면 배당금도 주식투자에 사용했으나 최근엔 계좌에서 빼내 다른 금융권 상품에 갖다 넣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H증권 지점장은 "고객예탁금에서 돈을 빼 MMF등 단기 수익증권으로 옮기는 이 역시 적지 않다"며 "불안할 때 괜히 예탁금이 있으면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투자에 나서 손실이 나게 되는 점을 우려,쉬는 것도 투자라는 점을 일러주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잠시 쉴 뿐이지 증시자체를 이탈하고 있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불신 분위기 확산=L증권 지점장은 "더 심각한 것은 이날 밝혀진 일부 투신사의 모럴해저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투신사의 관행이 수익증권에 대한 불신과 나아가서는 주식투자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증시안팎의 변수에다 이런 불신까지 겹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한층 악화될 수 있다"며 "증시의 앞날이 순탄치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