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시권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은행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은행마다 형편은 다르다.

내년부터 예금보호한도가 축소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고객들의 반응이 더 민감해져 은행간 우열이 확연해질 가능성이 높다.

차별화가 심화되면 2차 구조조정은 저절로 일어난다.

시장 판단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도 3/4분기에는 은행권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은행별 차별 본격화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부터 은행권 내에서도 수신증가의 편차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포착하고 감독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예금전액보장 폐지를 앞두고 시장(예금자)의 움직임이 먼저 가시화됐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중 주택 국민은행은 올들어 4월20일까지 은행계정 수신이 각각 6조7천8백10억원과 6조4천7백16억원씩 늘었다.

증가율이 20.3%와 15.3%다.

한빛이 4조원대, 신한 외환 조흥 등이 2조원대, 하나 한미 등이 1조5천억원대의 수신증가를 보이며 다음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수신증가율은 10% 안팎이다.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영입 실패 후 도이체방크의 구조개선 자문계약으로 봉합된 서울은행이 0.3%, 경영정상화 과정에 있는 평화은행이 2.4%의 저조한 증가율을 보이며 후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 투신 구조조정과의 관계 =금감원은 은행 수신이 늘고 있는 한편 단기성 부동자금도 크게 늘고 있는데 주목한다.

주식시장도 마땅치 않고 부동산 경기도 시원치 않아 시중자금이 단지 은행권에 대기중이라는 설명이다.

1년미만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 단기성 자금의 대부분은 은행권에 집중돼 있다.

은행 실세총예금의 58%(1백93조4천억원)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경기에 따라 얼마든지 이탈할 수 있는 자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신권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은행에 대한 진정한 시장의 심판이 시작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리딩뱅크는 누구 =금융당국과 금융계 인사들은 주택 국민 신한 하나은행 정도가 다소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빛은행은 대표은행이라는 이미지의 혜택을 크게 보고 있지만 내용상 좋아 보이는게 없다"고 말했다.

외환 한미은행 등도 뚜렷한 경영개선이나 특징을 찾아볼 수 없다는게 감독당국의 시각이다.

리딩뱅크의 역량은 시중금리 변동의 선도라는 측면에서 나타난다.

주택은행은 급격한 수신증가를 바탕으로 1년만기 실세 정기예금 금리를 최저수준(7.0%)으로 끌어내리며 금리인하를 선도하고 있다.

서울 한빛 외환 조흥은행 등의 금리수준은 7.6~8.0%이다.

지방은행중에는 대구 부산은행 정도가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두 은행은 올들어 가장 많은 수신증가(대구 6천6백17억원, 부산 6천4백87억원)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1년만기 실세 정기예금 금리도 7.8%로 지방은행중 가장 낮다.

2차 금융구조조정이 임박하면서 금융지주회사를 매개로 한 은행간 인수.합병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은행 구조조정의 향방을 이 시점에서 가늠하긴 힘들지만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은행들이 주도권을 쥘 확률이 높아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이버뱅킹을 비롯해 아직 변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조그만 변수도 은행권 빅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시 모니터링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