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은 포항제철 프로축구단의 옛 이름.
여기에 e 비즈니스를 상징하는 디지털이란 단어가 붙었다.
그는 작년 6월 "디지털 포항제철"을 구축하라는 특수임무를 부여받았다.
유상부 포철 회장(58)이 20년전 광양제철소를 설계한 그를 "사이버 포항제철"을 설계할 CIO(정보관리 최고책임자)로 낙점한 것.유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생산기술 부분에서 잔뼈가 굵은 류 상무는 정보화와 개혁 마인드가 뛰어나다"며 "그는 포철이 추진중인 B2B(기업간 전자상거래)망 구축 등 e비즈니스를 총괄할 최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류경렬 상무는 CIO로 임명되자마자 PI(사무혁신)실 소속 직원 1백1명 전원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지급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일성이었다.
노트북을 들고 팀장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류 상무는 회의실에 종이 한 장도 있어선 안된다고 엄명했다.
말그대로 "종이없는(Paperless)" 회의였다.
류 상무는 디지털 경제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와 사람이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몇 사람의 노력으로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사람과 조직문화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그의 좌우명은 "버리고 바꾼다"이다.
류 상무의 정보화 혁신 마인드는 전통의 굴뚝산업체 포항제철을 "바꿔 바꿔"열풍으로 몰아넣고 있다.
포철은 내년 6월부터 구매-생산-판매 등 업무흐름을 인터넷 시스템으로 바꾼다.
포철 고객들은 주문에서부터 납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웹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류 상무가 이끄는 PI실은 이를 위해 내부자료 표준혁신작업과 함께 ERP(전사 자원관리 시스템),SCP(통합공급망) 도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일견 철강업과 인터넷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인식될 수 있죠.그러나 철강산업은 여러 공장이 거미줄처럼 얽힌 거대한 복합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정보인프라의 구축은 자사와 고객 모두에게 "윈-윈(win-win)"의 이익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예컨대 포철에서 제품을 사는 회사들이 출하정보를 알면 그만큼 재고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류 상무는 쏟아지는 e비즈니스 정보를 캐기 위해 CIO모임에도 꼬박 참석하고 있다.
같은 모임의 회원인 유영민 LG전자 상무(49)는 그에 대해 "IT(정보기술)출신이 아니면서도 e비즈니스 현장감각이 뛰어난 CIO"라고 평가했다.
"산업의 쌀"인 철을 용광로에서 인터넷으로 옮겨싣는 그의 어깨에 제조업 e비즈니스의 미래가 달려 있다.
글= 정구학 기자 cg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