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클린턴과 인턴사원 르윈스키의 스캔들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 관심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 중의 하나가 두 사람의 관계가 공개되는 과정에 첨단 생명공학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사용된 기술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종합 효소를 이용해 유전자를 복제,분석하는 연쇄적인 생화학 반응(PCR)이었다.

드레스에 딱딱하게 말라붙어 있던 대통령의 분비물에서 분리한 DNA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지난 80년 전후에 중국인 유학생이 실험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후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후 85년 일본인 유학생이 실험실에서 성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과거에도 유전자를 복제하고 분석하는 방법은 있었다.

그러나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한번 실험하는데 보통 한달이 걸렸다.

반면 PCR는 실험을 준비하기가 쉽고 간단하며 기계속에서 반응이 시작돼 끝날 때까지 2~4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PCR를 20번 반복하면 DNA양이 1백만배,40번 반복하면 1조배로 증가한다.

PCR기술을 이용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

첫째는 이미 알려진 유전자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을 쉽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예를들어 유방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지 검사하려면 환자의 피한방울만 있어도 하루안에 결과를 알 수 있다.

둘째는 혈액이나 세포,우리가 마시는 물,먹는 음식 등에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나 미생물 들이 오염돼 있는지 검사할 수 있다.

셋째,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없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DNA도 시험관에서 쉽게 복제해 분석할 수 있다.

넷째,범죄현장에 남아있는 정액이나 혈액 머리카락 등에서 쉽게 DNA를 추출해 분석할 수 있다.

DNA는 모든 사람이 비슷하지만 지문처럼 사람마다 독특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용의자를 가려낼 수 있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바로 이 기술의 희생자가 된 셈이다.

다섯째,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미라,만년설에 묻혀있는 맘모스,화석으로 남아있는 곤충 등의 DNA도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화석 DNA를 분석한 많은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여섯째,흩어져있던 가족을 찾거나 혈육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의 유전자에는 가족 계통의 역사를 찾아낼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장래에 통일이 되면 이산가족들이 유명을 달리한 친인척을 찾는데 PCR기술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 조양래 생물학박사 美 스탠퍼드대학 박사후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