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식 어디 갔나요"

주식시세표나 증권단말기에서 어느날 갑자기 투자한 기업의 이름이 사라져 당황해하는 투자자가 많다.

상장사들이 앞다퉈 기업이름을 바꾸자 주식투자자들이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이름을 알리는 일이란 힘든 일이다.

많은 광고비를 들여야 하고 세월도 흘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사들이 기존의 프리미엄을 버리고 개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배경이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묵은 이미지를 버리고 디지털 시대에 유행하는 옷을 걸치고자 영문식 이름을 짓는 기업이 가장 많다.

회사주인이 바뀌어 불가피하게 새로 작명하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주가 때문에 문패를 바꾸기도 한다.

회사명 변경은 중.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주가상승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잘나간다는 "텔""통""텍"이란 돌림자를 써봐도 기업내용이 바뀌지 않는한 주가는 별 반응이 없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투자한 회사가 시세표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기업공시란을 잘 챙기는 도리밖에 없다.

<> 얼마나 바꿨나 =지난해 27개 상장사가 회사이름을 바꿨다.

올들어서도 벌써 12개 기업이 이름을 바꿨다.

이런 추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코스닥 등록 기업이 현란한 기업명을 발판삼아 주가를 마구 뽑아 올리는 것도 상장사의 개명바람을 자극시키고 있다.

올들어 한솔화학은 한솔케미언스로 간판을 갈았다.

또 한진투자증권이 메리츠증권으로,우성타이어가 넥센타이어로 "얼굴화장"을 달리 했다.

이밖에 고니정밀은 청호전자통신,삼성항공은 삼성테크윈,주리원은 현대DSF로 각각 기업명을 고쳤다.

지난해에도 한화에너지가 인천정유,거평이 휴넥스,삼성전관이 삼성SDI 등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 왜 바꾸나 =첨단기업이란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외국어를 상호에 포함시키는 기업이 가장 많다.

국제전자공업이 유니모테크놀로지로,동양전원공업이 디피씨로 상호를 변경한 게 이런 부류다.

출판업을 하는 삼성출판사도 엔에스에프로 간판을 갈았다.

회사이름을 바꾸는 작업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기업안팎을 모두 손질해야 한다.

회사 간판을 바꿔야 하는 것은 물론 주권도 새로 인쇄해야 한다.

그밖에 명함 유니폼 서식 차량스티커 등도 모두 교체해야 한다.

조직원들에 대한 재교육도 시켜야 한다.

비용도 만만찮다.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소요된다.

해외거래가 많은 기업은 돈이 더 들게 마련이다.

<> 효과는 있나 =주가만 볼 때는 당장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거래소가 올들어 상호를 바꾼 12개 상장사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상호를 바꾼뒤(변경상장) 평균주가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2개 상장사의 변경상장일 1주일전 주가는 변경상장일보다 7.26% 높았으나 변경 하루뒤에는 3.68%,1주일 뒤에는 6.58%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삼성출판사의 경우 변경상장일 하루뒤 7.56%,1주일 뒤에는 26.74% 떨어졌다.

지난해에 상호를 바꾼 상장사들도 이런 주가변화를 경험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론 약효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부엌가구 생산업체인 에넥스가 몇해전 오리표부엌가구에서 상호를 바꿔 이미지 개선효과를 본 게 한 예다.

한 CI(기업이미지통일)전문가는 "상호를 바꾸는 것은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당장 큰 변화를 요구한다"며 기업의 입장에선 "CI작업을 단시간에 끝내는 게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 남궁덕 기자 nkduk@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