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대형 쇼핑몰들이 잇따라 개설돼 "쇼핑몰 포화"상태에 들어가면서 개점휴업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이후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50개 이상의 대형 패션쇼핑몰들이 새로 문을 열었으나 서울 및 부산 등지의 일부 쇼핑몰들은 매장구성이나 입지선정에 실패함으로써 빈 점포가 더 많은 실정이다.

서울 동대문 도매쇼핑몰인 누죤의 경우 개장 이전만 해도 도매상권 최대 쇼핑몰로 주목을 끌었으나 문을 연지 한달이 지난 요즘 손님이 거의 없다.

이곳 2층에서 여성복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도매장사인데도 하루 매출액은 소매에도 못미치는 30만원 수준"이라며 한숨이다.

이에 따라 빈 점포가 속출, "준골든층"으로 불리는 3층에도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점포가 눈에 띈다.

5-6층의 경우 빈점포가 영업중인 곳보다 오히려 많은 실정이다.

누죤의 이같은 영업부진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쇼핑몰 관리운영권을 둘러싼 분양주(점포주인)와 땅주인(지주조합)간의 갈등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죤은 개점이전부터 쇼핑몰 건설을 맡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측을 지지하는 지주조합과 등기분양을 받은 구분소유자가 대립,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함으로써 인근 쇼핑몰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못갖추고 있다.

부산의 대형쇼핑몰 네오스포는 통일된 매장구성(MD)에 실패, 손님이 끊긴 곳으로 분류된다.

네오스포는 지상 1층을 잡화, 그릇, 가방, 모자, 액세서리, 개량한복을 비롯한 7개품목으로 구성했다.

층별로 품목이 통일되지 않다보니 소비자들이 효율적으로 쇼핑을 할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층별로 뚜렷한 컨셉을 가져야 하는 것이 쇼핑몰운영의 기본인데도 네오스포는 빈 점포 채우기에 급급, 매장구성에 실패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굳앤굳 역시 네오스포와 비슷한 경우다.

오픈 초기 효과적인 매장구성에 실패한 이 상가는 최근에야 전면적인 매장개편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이미 장사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동대문 소매상권의 엠폴리스는 입지선정을 잘못함으로써 빈 점포가 급증하고 있는 예로 손꼽히고 있다.

엠폴리스는 중심상권으로부터 벗어난 지역에 쇼핑몰을 건설, 지난 2월말 문을 열었으나 지금까지 전체 점포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엠폴리스 지하1층의 한상인은 "당장 떠나고 싶어도 점포투자비용이 아까워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쇼핑몰은 지리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색다른 매장구성과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 효과를 못 거두고 있다.

유통전문가들은 "이미 대형 쇼핑몰이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만큼 상가운영시스템, 매장구성, 입지선정의 차별화된 전략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철규 기자 gray@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