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집도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살아나기 힘들어요.

뭔가 차별화된 맛과 분위기를 제시할 때 고객들이 인정해 주는 것 같습니다"

서울 용산구 청파동 남영전철역 부근에서 테마형 숯불구이 체인점 "바보들의 행진"을 경영하고 있는 김명옥(54)씨.

20평 남짓한 그의 가게에 들어섰을 때의 첫 느낌은 60~70년대의 선술집 같다는 것이었다.

우선 "병태"라는 70년대 대학가 최고의 히어로를 탄생시킨 영화 "바보들의 행진" 포스터를 간판으로 내건 것부터가 그렇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신문지를 연상케하는 특수제작된 벽지 위에 "별들의 고향" "영자의 전성시대" "겨울 여자"등 당시 대히트를 쳤던 영화 포스터와 스틸 사진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여기에 드럼통형 테이블이나 60~80년대 진로소주 라벨을 붙인 소주병 등 집기류도 한결같이 기성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다.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상호와 옛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실내 분위기에서 손님들이 정감을 느낀다며 상당히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김씨가 점포를 낸 것은 지난 1월.

아이들을 다 키운 전업주부로 부업거리를 찾다 지난 97년 오픈한 갈비집에서 5천만원 가량 손해를 본 뒤 방향을 바꾼 것이 지금의 점포다.

과거 김씨의 가게는 별 특징이 없는 일반 갈비집으로 반경 1백m 이내에 동종 업소가 12군데나 생겨 출혈 경쟁을 벌인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이유였다.

김씨가 "차별화"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도 이때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김씨의 가게는 단지 인테리어에서만 차별화를 꾀한 것은 아니다.

돼지목살을 벌꿀과 한방약재로 가미한 고추장 양념구이의 경우 안주 매출의 80%를 차지하며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체인 본사가 이색 오픈 이벤트를 열어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드라마 "은실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60~70년대 시골 극장의 가두홍보 스타일의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 인근 주민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것.

또 안주 값이 3천~5천5백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지닌 것도 손님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개업 3개월째를 맞고 있는 김씨의 창업 성적표는 만족할 만한 수준.

"개점 특수"가 지난 요즈음에도 많을 때는 하루 1백명 정도의 손님이 드나들며 평균 75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개업 당시 12개였던 탁자수를 14개로 늘린데 이어 앞으로는 주방 규모를 줄여 18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손님 연령층도 20대에서 50대까지로 다양한데다 절반 가량은 단골로 주 2~3회씩 김씨의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관리비 등 각종 비용을 빼더라도 한달 평균 8백여만원이 김씨의 몫으로 남는다는 설명이다.

초기 투자비용은 임차보증금 및 권리금 3천만원,인테리어비 2천9백50만원 등을 포함해 8천2백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저녁도 제대로 못먹고 아침 8시에 집으로 돌아갈 때도 있지만 돈버는 재미에 힘든줄은 모르겠습니다.

사실 장사란 손님 접대보다 손님 기다리는 괴로움이 훨씬 더 크거든요"

김씨의 가게는 이제 인근 부동산 중개소에서 매물 의뢰가 줄을 이을 정도로 소문이 났다.

"망하고는 나갈 수 없다"는 그의 오기가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체인 본사에서 공급하는 메뉴 외에도 단골 손님들이 싫증내지 않도록 다양한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갈비집 하나를 꾸려가는데도 부단한 변화가 필요하니까요"

(체인본사 문의)446-7666

< 윤성민 기자 smyoon@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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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행진"과 같은 숯불구이 전문점을 내는 데는 임대료가 비싼 사무실 밀집지역보다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이 바람직하며 특히 자투리 공간이 있다면 더욱 좋다.

매장 내부에서만 장사를 하는 것보다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봄부터 가을까지는 외부에서 영업을 함으로써 매출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파트 밀집지역이나 주택 진입로,먹자골목 등 기타 상업지역이면 어디든 창업이 가능하다.

메뉴와 관련된 각종 식자재는 본사에서 직접 공급한다.

김씨의 점포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인 양념 고추장구이의 경우 양념까지 가미된 상태로 공급된다.

따라서 특별한 조리기술이 없어도 창업이 가능하다.

또 전문 주방장을 별도로 고용하지 않아도 돼 그만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바보들의 행진" 체인 본사인 (주)제우스에 따르면 창업비용은 10평을 기준으로 할 때 인테리어 설비 및 집기류 명목으로 1천9백50만원,10평 이상인 경우에는 평당 1백만원이 추가된다.

이 비용으로 각종 설비,목공사,바닥 및 도배,도장공사,환기시설,조명,소품,간판,주방기기 등이 충당된다.

가맹비는 2백만원.

제우스의 박광준 본부장은 "벽걸이용 영화 포스터의 경우 분기마다 교체할 계획이며 외국영화 포스터도 사용하기 위해 현재 지식재산권 관련 계약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가맹점 계약을 맺게되면 개업 이전에 본사에서 조리 및 운영교육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