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거래의 많은 분야에서 이미 승패는 결정됐다. 승자와 패자는 게임의 룰이 정해지는 순간 판가름난다. 이제 새로운 게임이다. 새로운 시장 역시 게임의 룰을 먼저 정하는 자가 승자가 될 것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컨설팅 코리아의 최영상 사장.

그는 최근 각종 세미나에서 새로운 게임이 인터넷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게임이란 무엇인가.

서울 여의도 고려금융빌딩10층에 자리잡은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새로운 게임이 펼쳐지는 시장은 어떤 시장입니까.

게임이 끝난 시장도 있다는 얘긴데요.

"지난달초 신라호텔에서 열린 e-CEO협의회 1차회의에서 그런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만 약간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는 것같습니다.

게임이 끝났다는 것은 게임의 룰이 정해져 승자와 패자가 결정됐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넷 시장에서 게임의 룰이 정해지면 제로섬 게임에 가까워 큰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지요.

반대로 새로운 시장에서는 게임의 법칙을 정할 수 있어 먼저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요"

-그렇다면 게임의 룰이 정해진 시장은 어떤 시장입니까.

"순수 온라인 비즈니스 시장입니다.

미국 증권시장에서 순수 온라인 회사 주가 하락은 이러한 증거라고 할 수 있지요.

이들 기업은 지금까지 소비자들의 눈길 즉 아이볼(EYE-BALL)을 끄는데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투자자들은 시선보다는 시장을 어느 정도 점유하느냐와 수익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룰이 정해지고 있는 시장은 어디인가요.

"대표적으로 B2B 시장을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성립되어 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게임의 룰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참가 기업은 물론 국가의 부도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겁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새로운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증거가 있습니까.

"곳곳에서 그러한 증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포드 GM 등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경쟁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부품 공동 구매 전문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또 일본의 3개 종합상사들은 인사 총무 등 관리 분야를 공동 아웃소싱하기로 했습니다"

-아웃소싱이 확산된다는 말이군요.

"언뜻 보기에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아웃소싱과는 전혀 차원이 다릅니다.

기업구조가 변하고 있습니다.

기업활동이 프로세서 중심으로 변하고 있지요.

최근 등장하고 있는 프로세서 업체들은 전세계를 무대로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들 기업들을 글로벌 프로세서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르지요"

-글로벌 프로세스 스페셜리스트가 본격 활동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까요.

"물론 수익을 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마도 5년 정도의 기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기업의 가치는 2년 이내에 결정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자본시장이 먼 장래를 보고 투자 대상을 선정해 집중투자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글로벌 프로세스 스페셜리스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합니까.

"솔루션업체와 컨설팅업체 그리고 제조업체가 공동으로 설립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바로는 컨설팅회사들이 주도하고 있지요.

컨설팅회사들이 프로세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솔루션업체들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게 되지요.

Commerce one,Ariba ,SAP,오라클,브로드비전,I2 등이 대표적인 솔루션 업체들입니다.

이들은 원래 한개 회사의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프로그램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기업들을 서로 연결하는 커뮤니티(Community)의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글로벌 스페셜리스트가 어째서 한국기업에 중요합니까.

"세계 주요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급망이 완성될 경우 단번에 시장을 완전 장악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회사들은 회사 성립과 동시에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게 됩니다.

한국기업들은 이러한 기업이 물위로 모습을 나타내기 전에 동반자로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핵심역량을 파악해서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연구해야 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자체적으로 하기 힘들면 컨설팅사의 도움을 받을수 있지요.

최근 컨설팅사는 단순 컨설팅에서 벗어나 비즈니스파트너로 참여하는 추세입니다.

핵심 역량에 대해서는 조언자적 입장에서 컨설팅합니다만 비핵심분야에 대해서는 컨설팅사가 이를 핵심 역량화하는 주체로서 참여하게 되지요.

저희 회사도 데이콤을 컨설팅해주면서 네트워크 망을 관리하는 전문업체를 데이콤과 공동으로 설립했습니다"

-최근 인터넷 기업에 거품 논쟁이 한창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기업에도 거품이 있다고 봅니까.

"한국의 인터넷 회사들 중에는 포장이 잘못된 곳이 적지 않습니다.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과포장됐다는 말입니다.

회사측이 자랑하는 그대로라면 주가가 그 정도 올라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지난 97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 코리아가 출범한후 약 3년만에 업계 1위로 성장했습니다.

컨설팅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어떤 경영철학을 갖고 있습니까.

"당시 많은 컨설팅회사들은 한국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컨설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해외 본사에서 적용하고 있는 컨설팅 기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지요.

저희 회사는 한국의 실정을 많이 감안하고 있습니다"

< 박주병 기자 jbpark@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