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영토가 좁아지고 있다.

외국기업들이 자사의 상표권을 폭넓게 해석해 국내 업체나 개인이 소유한 유사 도메인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무차별적인 공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국내 영세업체들은 제대로 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소송비용을 우려해 도메인을 헐값에 팔거나 넘겨 줘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3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이트레이드(e*trade), 파머시아, 마스터카드, 델컴퓨터, 스미토모, 화이자, 로첵(Lawchek), 바이오필드 등 외국기업들이 국내 도메인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법적 소송에 들어갔거나 준비중이다.

이들은 국내 도메인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상표권을 도메인으로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며 사용 중지 또는 도메인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ICANN(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가 지정한 분쟁중재기구인 DEC(분쟁해결컨소시엄)가 운영하는 "eresolution.ca"는 지난달 29일 한국의 권모씨가 소유한 biofield.com을 미국의 의료기구업체인 바이오필드에 이전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권씨는 바이오필드가 세계적인 유명 업체가 아닌데도 일방적으로 도메인을 넘기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미국의 증권회사인 e*trade.com은radedot.com, etradedot.net, webtradehelp.com, webtradehelp.net 등을 등록한 국내 도메인 소유자들에게 법적 대응에 들어가겠다는 경고서한을 보내 왔다.

이 회사는 trade가 포함된 모든 도메인은 자신들이 소유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델컴퓨터 역시 dellnc.com을 등록한 국내 도메인 소유자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스미토모사도 인터넷쇼핑몰(www.dunlop.co.kr)을 운영하고 있는 태평양골프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골프용품 던롭의 아시아 상표권을 갖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도메인 분쟁에 대한 법률상담을 해주는 정강법률포럼에는 하루 평균 10여건의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

이들중 약 3건이 외국 대기업과 도메인 분쟁을 벌이게 된 국내업체나 개인들이 청구한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은 도메인스쿼팅(판매를 목적으로 기업의 도메인을 선점하는 행위)이 아니라 인터넷 사업을 위해 도메인을 등록한 경우여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Lawcheck.com이라는 도메인을 등록했다가 미국의 법률회사인 Lawchek 로부터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한 임종대(31)씨는 "Lawchek와 Lawcheck는 엄연히 다른 의미인데도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도 "법률회사와 싸워서 이길수 있겠느냐"며 우려하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이같은 공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법에는 도메인에 대한 규정이 없는데다 제대로된 판례마저 없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1심판결이 끝난 다인인터내셔널(www.chanel.co.kr)과 샤넬사, 경림마트(www.viagra.co.kr)와 화이자간의 공방은 샤넬과 경림마트가 이기는 엇갈린 판정이 나와 있는 상태다.

정강법률포럼 고지환 변호사는 "도메인분쟁으로 인해 소송을 벌일 경우 확정 판결까지는 1년 6개월~2년이 걸리는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영세한 국내업체들이 외국기업들에게 무방비로 당하는 것을 막기위해 시급히 관련법이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