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김재철 무역협회장의 집무실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프랑스 몽펠리에항 사진과 지도가 가득하다.

로테르담은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유럽 최고의 물류중심지이고 몽펠리에는 프랑스의 세계적 관광 항구도시다.

김 회장은 이같은 유명 항구를 한국에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구상하고 있는 신무역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최근 부산에서부터 목포를 거쳐 인천까지 헬기를 타고 둘러보며 신무역전략의 완성판을 다듬고 있다.

"신무역 전략은 우리국토의 지리경제학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얘깁니다. 단적인 예로 중국 항만은 수심이 얕아 2천 TEU(20피트짜리)급 이하 선박만 입출항이 가능합니다. 대형수송선이 이 때문에 일본 고베항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 동남아에서 북미대륙을 오갈 때 직선거리로만 보면 일본을 거쳐가는 게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남해안을 거치는 것이 1백60km나 가깝습니다"

부산항과 광양항을 허브항으로 개발해 거대한 물류 중계지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다.

컨테이너 한 대를 옮겨 실으면 자동차 두 대를 수출한 것과 같은 이익이 생기며 실제 상품을 파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사람 돈 화물이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국토를 바꿔야한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는 전체 수입의 70%가 전시산업에서 발생합니다. 홍콩도 연간 1천5백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합니다. 1백억달러의 관광수지 흑자는 4백억~5백억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한 것과 맞먹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이렇다.

"남해안 도서지방 일대를 세계적인 해상 관광특별구로 조성해 화교권과 일본 등지의 관광객 등을 흡수해야 합니다. 수백개에 이르는 섬은 특성을 살려 해양수족관 박물관 등 체험시설과 해상낚시 공원 등을,남해 인근 산야에는 스키장 골프장을 집중 조성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겁니다. 외국인 관광객 1명을 유치하면 컬러TV 10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고 5명은 자동차 1대 수출과 맞먹습니다. 더구나 생산비도 들지 않지요"

그가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현재의 교역형태로는 국가발전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단순 상품교역이 진퇴양난을 맞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가격경쟁력 의존,대기업 주력제품 위주 구조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상품은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입니다. 자동차만 해도 연간 2백만대 이상이 공급초과 상태입니다. 환율에 울고 웃는 취약한 수출로는 더 이상 무역수지 흑자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현재의 과도한 물류비로는 수출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은 대부분의 산업단지가 내륙에 있어 부산항 입항화물의 60%를 내륙수송을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화물 1t을 싣고 1km를 수송하는데 드는 비용은 자동차가 1백26원,기차는 26원입니다. 배는 7원밖에 들지 않습니다. 반도국가라는 점을 살려 수출산업단지를 임해지역으로 배치함으로써 내륙수송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장기적 프로젝트인 만큼 돈도 많이 들고 행정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기존 정부 투자사업을 조금만 조정하면 자연스레 해결된다고 지적했다.

"새만금개발사업 시화호사업 영산강종합개발사업 등 부실국책사업을 정리하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면 되죠.테마파크와 골프장과 같은 수익사업을 펼치면 됩니다. 이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했던 프랑스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2억5천만달러씩을 내고 7억5천만달러를 민자유치로 해결했습니다. 전혀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닙니다"

그는 요즘 신무역전략을 알리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틈만나면 지방강연회와 언론기고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정책 차원에서 검토되지 않는 한 한낱 개인의 의지에 그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여론 수렴작업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국책사업이 예산의 비효율적인 집행으로 세금낭비로 끝난 사례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서 여론수렴이라는 절차가 필요한 겁니다"

김 회장은 신무역 전략이 실행될 경우 경기부양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장기간에 걸친 거대한 성장의 엔진을 달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일정한 기간 지속적으로 국책사업을 벌여왔습니다. 아파트 단지의 건설이나 고속철도의 건설 등이 사례지요. 이제 내부인프라 정비는 어느 정도 끝났다고 봅니다. 국토를 대외적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벌일 때입니다"

신무역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그는 가장 먼저 인적자원을 들었다.

"글로벌 경영에 맞는 국제인이 필요합니다. 영어의 제2공용어화와 한자교육도 병행해야 합니다. 지역 전문가도 양성해야 합니다.
각종 제도와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 외국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투명하고 쾌적한 투자여건과 생활환경도 필요하죠"

[ 대담=이동우 산업부장 ]

정리=이심기 기자 sglee@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