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전세계가 통상문제로 시끄러울 것같다.

특히 이번주는 미국의 국별무역장벽보고서(NTE)와 일본의 불공정무역보고서가 동시에 발표될 예정이어서 향후 국제통상환경에 중대한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금년에 국제통상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

극단적으로 금년 한해를 "무역위기(trade crisis)의 해"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새 천년을 맞아 무난히 출범될 것으로 기대됐던 뉴라운드 협상이 결렬된 데다 세계 각국간의 국제수지 불균형 정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대국인 미국이 통상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그 해의 국제통상환경을 주도해 왔다.

불행히도 현재 미국은 경상수지적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최대치인 3천3백84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의 3.7% 수준이다.

금년에는 4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년 11월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경상수지적자 축소문제가 최대현안임에는 틀림없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국민들은 경상수지적자를 국부유출(capital flight)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양당간에 정책대결이 본격화되면서 공화당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 민주당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미국이 처한 여건상 경상수지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미국이 가져갈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는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 조정하는 방안과 교역상대국에 대해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해 수출을 늘리는 방안 이외에는 뚜렷한 것이 없는 상태다.

최근처럼 자본시장 과열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시대에 있어서는 환율에 의해 조정하는 방안은 쉽게 가져갈 수 없다.

만약 경상수지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경우 미국내 자본이 이탈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미국 증시와 미국 경제가 한꺼번에 붕괴(hard landing)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상수지적자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교역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통상정책은 야누스적인 얼굴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다자 채널을 활용해 국제적인 비난을 무마해 나간다.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가 있는 교역국에 대해서는 쌍무수단을 동원해 미국의 의도를 관철시켜 나가는 것이 관례다.

물론 슈퍼 301조와 같은 미국의 국내법 조치를 활용한 쌍무수단들이 최근에는 세계무역기구내 분쟁처리기구(WTO DSB)에서 잇달아 패소하고 있다.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통상압력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교역상대국에서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면 미국의 쌍무적인 통상압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어떤가.

외형상으로는 현 정부의 대외정책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미국 편향적이다.

물론 외환위기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미국에 쏠려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나라의 대외정책에 있어 국익에 직결되는 것은 해당국가와의 통상관계를 얼마나 원만하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형적인 관계유지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각종 제도나 관행 무역구조상에 준비를 제대로 갖춰 놓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대미 수출구조에 있어 철강 반도체와 같은 특정품목에 편중화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통상정책도 기본적인 협상력 부재로 세계 어느 국가보다 쉽게 약속하지만 실제 이행하는 단계에 있어서는 별개의 사안이 되고 있다.

미국의 불신이 바로 여기에 깊게 베어 있는 것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