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업계에도 벤처기업 붐이 일고 있다.

특히 386(30대.대학 80학번대.60년이후 출생) 세대인 젊은 공인회계사들의 변신이 두드러진다.

단순하게 벤처기업으로 가 CFO(재무담당중역)나 회계전문 부서를 맡는게 아니다.

아예 ''엉뚱한''업종에서 새출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본업에서 떠난 이들이 정착한 벤처기업의 분야는 환경 인터넷교육 홍보 창업투자 등 각양각색이다.

회계사만이 가지고 있는 정확한 판단력과 치밀한 시장분석 능력을 ''경영 일선''에서 발휘하겠다는 자세들이다.

<> 현황 =세화회계법인에서 "잘 나가던" 회계사였던 김동우(33)씨는 축산물 폐수처리 전문 기업인 "환경비젼 21"을 창업했다.

김 사장은 최근 환경기술 콘테스트에서 자신이 만든 정화조 기술이 "최우수 공법"으로 선정되는 등 환경업계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윙글리쉬"라는 인터넷 영어교육 사이트 운영자로 변신한 "씨엘 리서치"의 이명신(35) 사장은 삼일회계법인 출신.

이 사장은 국내 최초로 온라인 영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영어교육이 부실하거나 미흡한 대목을 파고들어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에 근무했던 노범석(33) 사장은 홍보회사 "메타커뮤니케이션즈"를 세웠다.

이 회사는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홍보 및 기업투자 설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 사장은 회계사 때 쌓은 기업분석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산동회계법인 출신으로 외국계 투자은행인 살로먼 스미스바니에서 M&A(기업인수.합병) 전문가로 활약했던 이상용(35)씨는 얼마전 인터넷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창업투자회사 "이캐피탈"로 이적했다.

회계사와 M&A 담당 시절의 기업실사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 원인 및 전망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계사라는 직함을 얻기 위해선 "고시"라는 어려운 벽을 넘어야 했다.

합격자를 적게 뽑았기 때문이다.

일단 진입하기만 하면 "평생 안정"이 보장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선발자 수가 대폭 확대되면서 매년 7백~8백명에 이르는 신입 회계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이같은 양적 팽창이 회계사들의 입지를 흔들었다.

"자격증"만으로는 종전과 같은 안정과 성장이 보장되지 않게 됐다.

공인회계사들을 벤처기업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적용되는 세계로 내모는 작용을 한 것이다.

외국의 경우 회계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평생 직업"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꼭 회계사 사무소에만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전문적인 회계지식을 활용하고 있다.

전문적인 능력을 무기로 전혀 업종이 다른 분야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메타커뮤니케이션즈의 노범석 사장은 "회계사가 경험을 통해 얻은 정확한 시장 분석력과 논리적인 판단력이 벤처업계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합리적인 벤처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고 말한다.

그는 "하루 아침에 시장판도가 뒤바뀔 수 있는 벤처업계야 말로 회계사들의 치밀한 분석력을 필요로 하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 배근호 기자 bae7@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