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

오랜 진통끝에 김상훈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새 국민은행장 후보로 결정된데 대해 금융계의 첫 반응은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김 부원장은 "외견상" 막판까지 국민은행 내부의 김연기 상무와 경합을 벌인 끝에 사외이사 9명중 6명의 지지를 받아 최종 후보로 추천됐다.

그러나 일찌감치 금융당국이 행장후보로 밀고 있다고 소문이 났던터라 김 후보의 낙점은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회의가 끝난후 사외이사들은 김 후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외부인사를 선임하는 것이 은행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하자고 입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행장후보는 지난해말 송달호 전임행장이 건강상 이유로 정상적인 집무를 보지 못할 때부터 후임행장으로 거론됐다.

때문에 국민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한 은행내부에선 반발이 심했다.

특히 지난달 갑자기 행장후보 추천방식을 변경하면서 김 부원장을 행장자리에 앉히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샀다.

18일 열리는 주총에서 김 부원장이 은행장에 최종 낙점되면 국민은행은 앞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당국이 은행장 외부인사 영입의 논리로 내세웠던 것이 "은행 개혁"이었다.

따라서 김 신임행장후보의 가장 큰 과제는 어떻게 국민은행 내부의 반발을 수습하며 "개혁"을 이끌어 나가느냐가 될 것이다.

국민은행은 가장 튼튼한 소매금융의 기반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1천억원의 순이익밖에 못내는 등 조직운영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부 피"로 수혈된 김 신임행장은 이같은 구조를 바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은행을 키워내야만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라는 멍에를 쓰고 출발하는 터여서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선 이번 김 행장후보의 추천을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신호탄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관치금융"이라는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김 후보카드를 관철시킨 것은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행장후보는 그동안 금감원내에서 구조조정 실무총책을 맡아 비교적 무난히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본래 개혁성향이 강하다기 보다는 대변혁기에 개혁 최일선의 업무를 맡았을 뿐이라는 비판도 듣고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행장후보는 전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사(행정학)과정을 마쳤다.

지난 66년 한국은행에 입행한후 89년 은감원으로 옮겨 여신관리국 부국장, 홍보실장, 검사1.3.5국장, 부원장보, 부원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박성완 기자 psw@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