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간간이 골프용품 광고문안을 써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곤 한다.
며칠전 한 골프채 회사에서 받은 일도 그러했다.
그 드라이버의 광고문안을 쓰기 위해 나는 제작원리를 설명받았다.
세상에 이보다 더 완벽한 채는 없을 듯했다.
비거리를 대폭 증대시켜주고,임팩트시 클럽을 잘 빠져나가게 해주며,게다가 슬라이스를 잡는 데는 그만이게 만들어진 드라이버.
특수 설계로 슬라이스를 잡아준다는 그 대목은 나같은 슬라이스 전문가에게는 솔깃한 부분이었다.
제작원리상으로 그 채는 분명 "대단한 채"였다.
그 채만 있으면 필드를 평정하는 것은 문제없을 듯했다.
채 설명을 들을수록 나는 기가 차고 한숨이 쏟아졌다.
왜냐하면 그 "대단한 채"와 똑같은 채가 이미 내 골프가방속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한 행사에서 운좋게 경품으로 받은 채다.
경품으로 받아서 그 채의 좋은 점을 미처 알지 못했는데...
슬라이스 잡는데 귀신이라는 그 채를 나는 어떻게 쓰고 있었나.
며칠전 플레이만 봐도 그렇다.
18개홀중 한 두홀을 빼놓고는 전부 슬라이스를 냈고,오른쪽 산등성이를 타느라 정신없던 기억이 날 뿐이다.
임팩트때 잘 빠져나가기는 커녕 땅에 곤두박질치기 일쑤였다.
이 세상에 골프채만큼 "제작원리 따로,실제 따로"인 상품이 또 있을까?
내가 아는 한 프로골퍼가 있다.
그분의 골프가방 속에는 보기에도 무척 낡은 페어웨이우드가 있다.
13년째 애용하는 낡은 우드였다.
한타한타가 중요한 프로골퍼에게 최신병기의 유혹이 없을리 만무하겠지만 그 분은 그 채만을 고집하며 통산 7승을 일궈냈다.
13년 낡은 채를 가지고도 우승을 일궈내는 그분과 최신 병기를 가지고도 아직도 필드에서 김을 매고 다니는 나.
목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연장이 아닌가보다.
그 훌륭한 제작원리를 따라주지 않는 내 골프가 안타까워 그날 내속은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 고영분 godoc10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