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나 김미현 등이 미LPGA에 처음 진출할 때 사람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골프엔 경험이 필요하다. 우선은 경험을 쌓아야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데뷔연도 시즌초 그들이 커트를 미스하는 등 하위권을 맴돌 때도 그같은
"경험 논리"는 여전히 제1의 분석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건 올해의 최경주나 박지은 박희정에게도 공히 적용된다.

그러면 골프에서의 경험이란 과연 무엇일까.

박지은같이 아마세계에서 수십차례나 정상에 오르며 우승하는 방법을
알만큼 알고 있는 선수에게도 왜 경험이 필요할까.

난 경험을 이렇게 풀이하고 싶다.

낯선 길을 갈 때 처음엔 아주 먼길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들어갈때 "아주 멀다" 싶은 길도 나올 때 보면 "별로 먼길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풍경의 낮설음으로 인해 멀리 느껴지지만 자주 다니다 보면 "거기가
거기"라는 익숙함이 자리 잡는 것.

골프도 그와 똑같다.

한번 70대 스코어를 내면 그 다음엔 90타를 넘어도 70대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

"한번 쳐 봤다"라는 경험이 "70대 세계"의 그 낯설음을 사라지게 한다.

그 속성은 프로들 세계도 마찬가지.

아무리 날고 긴 스타라 하더라도 무대에 처음 등장하면 낯설음을 이겨내는
적응기가 필요하다.

불세출의 영웅이 아닌한 그같은 적응기는 절대적 시간이다.

그건 지금까지 박세리나 김미현 등의 역사에서 증명된다.

문제는 경험쌓기 수준에서 탈출하는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경주를 예로 들면 올해 미국투어 본무대에서 한번이라도 60대 중반 스코어
를 내야 그 다음부터 그 스코어에 대한 갈증, 두려움을 잊을수 있을 것이다.

"그 한번"의 계기가 빨리 다가오면 적응하며 도약하는 것이고 그 시간이
오래 걸리면 오래 걸릴수록 골프는 미궁에 빠져든다.

이번주 최경주 등 한국의 신인들은 과연 그 귀중한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 객원전문위원 hksky@golfsky.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