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공업협회장직을 놓고 현대.기아차와 대우차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협회장직은 지난해 12월 당시 회장이던 김태구 전대우자동차 사장이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떼면서 공석으로 유지되고 있다.

협회는 오는 29일 총회를 열어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지만 현대 기아와
대우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임기 2년의 회장인 만큼 대우는 자사가 1년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사장이 된 정주호 사장이 나머지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우 관계자는 "정관에 나와 있는대로 회장을 선출하는게 정석이라며
올해까지 대우가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와 기아의 생각은 다르다.

언제 매각될지 모르는 회사가 협회장직을 맡으면 협회가 과연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순번제로 돌아가는 회장직인 만큼 다음번 순서인 기아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현대 관계자는 "무엇때문에 대우가 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기아가 먼저 하고 대우가
정상화되면 그때다시 하는 방안을 제안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기아는 법정관리에서 벗어난만큼 해볼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이견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협회 실무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협회는 대우 정주호 사장이 맡을 경우 회사매각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사실상 협회일을 보기 힘들 것이기 보고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회사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정관에 2년이란 임기가 정해져 있어 원칙을 무시할 수도 없어 곤혹스러운
처지다.

김용준 기자 junyk@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