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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 마당] (중기 이야기) '라만차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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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자나무 사이로 미풍이 불고 있는 베트남 호치민시의 가방공장 정문앞.

    염태순 가나안 사장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서 있었다.

    뒷짐을 진 손에는 손톱깎이가 들려 있었다.

    출근하는 여직원의 모습이 눈에 띄자 다짜고짜 달려가 손톱을 깎아 버렸다.

    멋을 부리려고 손톱을 길게 기른 이들은 손톱이 뭉텅뭉텅 잘려나가자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강제로 깎은 것은 미싱작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

    그는 "가방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수출할 수 없고 여기서 공장을 운영할
    수도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 염 사장은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외국브랜드가 장악한 내수시장을 그냥 두고볼 수 없었기 때문.

    수출경험을 살려 고유 브랜드인 아이찜으로 정상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국내시장은 이스트팩 쟌스포츠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같은 세계 굴지의
    외국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염 사장의 계획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저돌적인 성격으로 미루어 반드시 해낼 것으로 확신한 것.

    그로부터 불과 1년여 뒤.

    아이찜은 학생용가방 분야에서 정상에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사업은 모험이다.

    벤처기업만이 모험을 특별히 감수하는 것은 아니다.

    호떡장사도 마찬가지.

    리어카를 사려면 전재산을 털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신중하다.

    시장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사업계획을 치밀하게 짠다.

    하지만 결단을 내리고 추진할 때는 과감해야 한다.

    이국로 지주 회장도 과감하기는 마찬가지.

    이 회사 김포공장에는 검도장이 있다.

    한겨울에도 사원들의 기합소리가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른다.

    간부로 승진하려면 검도 초단을 따야 하기 때문.

    공격적인 정신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것이다.

    직원이 사장의 머리를 두들길 수 있는 회사는 지주 밖에 없을 것이다.

    이 회장 자신도 7단의 고단자.

    그는 플라스틱파이프 사업에 처음 뛰어들 때 머리를 밀고 한복을 입고
    다녔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그의 정신력이 지주를 국내 굴지의 파이프업체로 만든 것은 물론이다.

    유석호 타운뉴스 사장도 이들 못지 않다.

    타운뉴스 사장실에는 유사장과 제임스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넌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유사장은 사업도 007처럼 한다.

    작년말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1박2일 예정으로 방한했을 때 그는 방한
    당일 저녁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이미 다음날 조간신문 1판이 나온 뒤였다.

    하지만 불과 3시간만에 광고문안작성 필름제작 신문사방문까지 마치고
    마침내 마지막판에 자사 광고를 실었다.

    "손정의 사장 보십시오"로 시작되는 투자요청광고였다.

    이튿날에는 초대받은 사람외에는 입장할 수 없는 손사장 강연장에 임직원을
    들여보내기도 했다.

    손사장을 직접 만나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던 것.

    그는 일본 유력지에 "적이 될 것인가, 친구가 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도발적인 광고도 낼 계획이다.

    손사장이 타운뉴스에 투자해 동반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분야에서
    적이 될 것인지 촉구하는 대담한 내용이다.

    이들 기업인의 공통점은 과감하다는 것.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밑에 철저한 계산과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깔려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 김낙훈 n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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