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청와대선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 주요 부처 장관들과 업계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장미빛 무드"에 젖었다.

정부가 디지털 강국으로 가는 3개년 청사진을 내놓은 자리였다.

전자상거래에 불을 지펴 고성장-저물가로 대변되는 디지털 신경제의 추진력
으로 삼겠다는 게 청사진의 골자다.

이를 위해 세제와 예산지원 등 각종 정책 메뉴들이 쏟아졌다.

e-commerce(전자상거래), e-Logistics(전자물류), eCEO(인터넷 최고경영자)
등 요란한 수사들이 동원됐다.

계획대로라면 한국판 신경제가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디지털 혁명은 기존 경제의 뿌리를 뒤흔들 만큼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부도 "수년내로 인터넷 조류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은 21세기
무한경쟁에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정부 의지엔 박수를 보낼만 하다.

그러나 정부 대책엔 웬지 아쉬움이 남는다.

디지털 경제의 그림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말 현재 국내 인터넷 사용자수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고 요란하지만
더 많은 국민들이 정보화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게 현실이다.

저소득 계층과 정보화에 배제된 여성들이 특히 그렇다.

이들에게 디지털 경제는 하나의 두려움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다.

상당수 중소기업들도 아직 정보화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주요 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조차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수가 50만명을 넘어섰지만 정부와 통신업체의
무관심속에 가입 신청조자거부당하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소식이다.

디지털 경제가 가속될수록 소외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수 있다.

이들에게 이번 전자상거래 활성화 대책은 "그들만의 잔치"에 다름 아니다.

디지털경제가 낳은 코스닥시장의 열기도 상당수 투자자들에겐 남의 얘기일
뿐이다.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수도 있다.

디지털 경제를 향한 거창한 비전도 중요하지만 정보 소외계층을 아우르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기다.

디지털 신경제가 "모래위의 성"으로 전락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 유병연 경제부 기자 yoob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