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에 대해 잘 몰랐던 상식 한가지.

모든 부엉이가 "부엉부엉"울지는 않는다.

"부엉부엉"우는 부엉이는 수리부엉이뿐이다.

"부엉"을 비롯해 여러가지 소리를 내는 수리부엉이를 보고 사람들은
부엉이류를 통칭해 "부엉이"라고 불렀다.

한국 만주 연해주 지역에만 서식하는 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 3백24호로
지정된 맹금류.

키 80cm에 날개를 펴면 그 길이가 1백 60cm에 이르는 "밤의 제왕"이다.

자연 다큐멘터리의 대가로 꼽히는 EBS 박수용 PD가 수리부엉이의 생태를
담은 "수리부엉이"(17일 오후 8시)등 자연다큐 두편을 들고 시청자를 다시
찾는다.

1998년 7부작 "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이후 2년만
이다.

"수리부엉이"의 무대는 경남 김해 인근의 부엉이골.

주인공은 수리부엉이 부부와 세형제다.

하루 닭한마리를 거뜬히 먹어치우는 새끼들을 위해 수컷은 민가까지 내려가
사냥감을 노린다.

한번 일격에 오리 목을 두동강내는 사냥장면이 섬짓하다.

뛰어난 사냥솜씨덕에 수리부엉이의 둥지엔 언제나 먹을 것이 가득하다.

여기서 아무리 퍼내도 줄지 않는 모양을 일컫는 "부엉이굴"이라는 말이
유래한다.

옛사람들은 이들의 둥지에서 먹을 것을 빼내 보릿고개를 넘기기도 했다.

어느날 무슨 이유에선지 둘째가 죽자 셋째는 바로전까지 몸을 부비며 정을
나누던 형의 몸뚱이를 먹어치운다.

어느덧 독립의 시기.

매서운 눈매와 발톱을 갖춘 형제는 부부의 곁을 떠나 각자 새로운 생활을
꾸려간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수리부엉이"의 촬영기간은 작년 1월부터
10월이지만 관찰기간은 6년이 넘는다.

박PD는 "수리부엉이는 활동반경이 4km가 넘는데다 주로 저문후와 새벽녘에
사냥하기 때문에 제작이 쉽지 않았다"며 "무인카메라를 여러개 가동했고
적외선 촬영만으로는 화면이 어둡기 때문에 부엉이가 빛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서서히 불이 밝아지는 특수조명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박PD는 또 "산에서 부는 바람소리만도 백가지가 넘는다"며 "다가가면 갈수록
경이로움이 커지는 자연의 깊이를 모두 담아낼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8시 방송되는 "한국 야생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서"편도 흥미롭다.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전문가 발로제, 갈리나 박사 부부와 함께 한국 야생
호랑이 생존 가능성을 점검한 제작진은 "최근 알려진 호랑이의 증거는 상당
부분 허구"라며 "현재로선 호랑이의 존재여부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은 열어두고자 했다"고 밝혔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