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파괴가 심각한 상태여서 일까.

요즘 환경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좀더 푸르고 깨끗한 환경을 후손에 물려주자"며 갖가지
환경보호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을 빚어내고 있다.

지난 9일부터 갤러리사비나와 공평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정명희씨도 그런 작가중 한사람이다.

작품의 모티브는 환경이다.

강물과 날으는 새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시회 타이틀도 "환경, 생명의 조형언어전"이다.

출품작은 7백호 대작을 포함, 모두 60여점.

"누가 너희를 새천년에 남기랴" 시리즈다.

대대손손 이땅에 평화롭게 살려면 우리자신이 환경보호에 앞장서야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제목이다.

그의 작품들은 구성면에서는 단순하지만 환경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강에는 사람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수면을 헤엄치거나 물위를 나는 새들만이 있을 뿐이다.

강물이 갈수록 오염된 탓인지 요즘 작품에는 강위에 노니는 새의 모습도
사라지고 비행하는 새들만 등장하고 있다.

글라이더를 연상시키는 십자형의 단순한 새의 비행은 평화로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적막과 우수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인간의 손때로 더렵혀진 강은 이제 더이상 새를 위한 자연 그대로의 강이
아니라는 의미를 화면에 형상화시킨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환경오염에 대한 일반인들의 문제의식을
고취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입니다. 함부로 더럽히고 파괴해선 안되지요. 깨끗한
환경을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환경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한지 먹물감 등 전통재료를 사용했지만 분청도자기와 도자기타일 등을
이용한 작품도 다수 걸려있다.

일부작품은 꼴라주기법을 사용한 것도 있다.

반짝이는 물비늘은 가늘고 연속된 짧은 붓질의 반복으로 표현해 일종의
부호화된 조형적 변화를 보여준다.

밝고 어두운 것,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것, 구상적인 것과 비구상적인
것 등 이중적 화면구조가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정씨는 운보 김기창화백의 제자로 30여차례의 개인전과 50여차례의 단체전을
갖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등 국내 미술관은 물론 영국의
대영박물관에서도 소장할 정도로 국내외화단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전시는 20일까지 계속된다.

(02)736-4371

< 윤기설 기자 upyk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