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단계 기업개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상반기안에 3천4백개
대기업에 대한 금융거래 상시 감시체제(신용위험 모니터링 시스템)를 구축
한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의 전산시스템이 통합돼 기업별로 전체 금융권에서 돈을 끌어다
쓴 내역이 한눈에 드러난다.

지금까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별로 기업여신정보가 제각각이던 것을
한 시스템으로 합쳐서 가능해진 것이다.

상시 감시대상은 신용공여 총액이 2천5백억원이상인 1백28개 계열의
3천13개 계열사와 신용공여액 5백억원 이상인 개별기업 3백67개다.

신용공여란 대출 지급보증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기업이 망할 경우 금융
회사에 손실을 끼칠 수 있는 여신을 모두 포괄한 개념이다.

국내 웬만한 기업이면 다 금감원의 감시망에 걸리게 된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이를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조기경보장치"로 활용한다는 복안
이다.

관계자는 "금융거래 상황을 수시로 점검해 갑자기 여신이 늘어난 기업을
금융회사에 미리 알려주고 대처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용공여 총액이 일정비율이상 변동하면 바로 주의경보가 울리게 된다.

주채권은행도 거래업체가 2금융권에서 빌려쓴 내역을 일일이 다 파악하진
못한다.

예를 들어 나라종금이 대우계열사에 과도하게 대출해준 것과 같은 사례도
이 시스템이 갖춰졌다면 미리 손 쓸 수도 있었다.

금감원은 부실징후기업과 금융회사의 거래관계에 문제점이 적발되면 즉시
특별검사에 들어갈 계획도 갖고 있다.

개별기업의 금융거래 내역은 뒤집어 보면 각 금융회사의 여신내역이 된다.

A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는 기업에 B은행은 막대한 자금을 대출했다면
금감원이 건전성을 미리 체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감독.검사도 그만큼 쉬워지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감시체제가 금융거래의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모든 여신정보가 금감원에 집중돼 기업과 금융회사를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